미국 텍사스주 래클랜드 공군기지 군견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행동의학자가 최근 아프가니스탄 수의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부대의 군견이 잔뜩 겁이 난 표정을 지으며 간이침대 밑에서 나오는 것을 힘들어한다는 것이다. 장난감을 던져줘도 소용 없었다. 이 행동의학자가 진단한 병명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군인과 마찬가지로, 전장의 군견도 임무 수행 과정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정신적 장애를 겪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 보도했다.
군견은 전장에서 수색, 추적, 감지, 경계 등의 임무를 맡는데 군 수의사들은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폭발, 총격, 폭력에 노출된 군견의 행동패턴을 조사한 결과 5% 정도가 PTSD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PTSD를 겪는 군견의 가장 흔한 이상행동은 훈련받았던 업무 수행을 거부하는 것이다. 과다경계를 하거나 군견병을 공격하는 등의 행동도 보였다.
군이 군견의 PTSD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전장에서 군경의 역할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특히 사제폭발물 감지에는 군견이 가장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5월 초 해군특수부대 네이비실의 오사마 빈 라덴 급습 당시 투입된 군견 카이로를 비공개로 만나 격려하기도 했다. 미군은 7월부터 아프간에서 병력을 철수하고 있지만 아프간의 군견은 당시 350마리에서 현재 650마리로 오히려 증가했다.
군견은 자신의 증상을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수의사와 군견병이 추측한 결과로 증상을 추정해야 한다. NYT는 업무에서 벗어나 많은 운동을 하고 뛰어 놀며 일상적인 복종훈련을 하는 것이 치료법이라고 소개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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