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정원에 핀 꽃들처럼/현경 지음/웅진지식하우스 발행·586쪽·1만7,000원
이슬람/이희수 지음/청아출판사 발행·552쪽·1만8,000원
9ㆍ11 테러 직후의 일이다. 이슬람과 기독교 세계의 거대한 충돌과도 같던 이 사건 이후 국내 언론들이 너도나도 '중동 바로 알기' 기사들을 쏟아낼 때였다. 왜 이런 무차별 테러가 일어나게 되었는지 알기 위해 찾아간 요르단의 난민 거주지역 장터에서 한 팔레스타인인에게 뜻밖의 초대를 받았다. 가까운 곳에 자기 집이 있으니 가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초면의 동양 이방인을 선뜻 집으로 불러 가족들과 인사시킨다는 것은 기자의 상식으로는 세계 어느 문화권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호의를 거절할 이유도 없었고, 팔레스타인인의 집에 가본다는 호기심도 발동해 따라간 집에서 전통차를 대접 받고 가족들과 인사 나누며 그들의 가계사, 난민 생활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1시간 후 그 집을 떠나 올 때 가이드 겸 통역을 맡았던 한국인은 "이슬람에서는 이방인을 이렇게 환대한다"고 예사롭게 말했다.
진보 신학의 명문인 미국 유니언 신학대학의 아시아계 첫 종신교수인 여성신학자 현경의 새 책 <신의 정원에 핀 꽃들처럼> 에도 비슷한 대목이 나온다. 종교간 화해를 위해 애써온 그는 9ㆍ11의 충격을 테러의 현장인 뉴욕에서 맞았다. 이후 자신이 이슬람에 대해 너무도 몰랐던 것을 반성하며 이슬람 세계, 특히 그곳의 여성에 대해 알고 싶어 유언까지 써놓고 테러와의 전쟁이 한창이던 2006년 9월부터 1년 동안 이슬람 17개국을 여행했다. 책은 그 때 만난 200여 명 이슬람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신의>
첫 방문지인 터키 이스탄불의 '블루 모스크' 근처 가게 앞에서 진열된 옛날 옷들의 문양에 넋을 빼앗긴 저자는 안 사도 좋으니 안으로 들어와서 구경하라는 주인의 안내를 받는다. 가게에서 현경 교수의 여행 계획을 듣고 감동한 주인은 마침 라마단이라 낮 동안 금식한 후 갖는 첫 식사 '이프타'에 그를 초대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다른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주인을 대신해 그의 아들과 마주 앉은 저자가 감사의 뜻을 표시하자 아들이 말한다. "라마단에 나그네를 대접하면 알라께서 기뻐하신다고 코란에 쓰여 있어요."
그의 여행 목록에는 모로코, 케냐, 이집트, 시리아, 레바논, 바레인, 이란,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인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이 들어 있다. 모로코에서 만난 모녀 3대, 사우디에서 만난 스포츠카를 타는 자매를 보고는 삶에 대한 의욕을 새롭게 느끼게 된다. 이란에서는 성소를 방문하려다 종교경찰에 연행당하기도 했다. 시리아에서 만난 요가 강사이자 조경가를 통해서는 테러리스트 국가가 아닌 문화적으로 격조 높은 시리아를 재발견한다. 코란에서 금한 매매춘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기 전에 여성을 이맘 앞에 데려가서 '임시 결혼'을 올리는 희한한 편법도 소개된다. 바레인의 한 학자이자 여성운동가에게서는 서구의 젊은 여성들이 안 됐다는 말도 듣는다. "한참 자신의 능력을 개발해야 하는 시기에 외모, 남자, 성 문제로 너무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진정한 사랑은 사랑의 대상이 누구인지 그를 있는 그대로 보며 이해하는 것'이라며 '다른 모양과 빛깔의 꽃들이 자신의 향기를 뿜고 열매를 맺으며 풍성한 생명을 펼쳐나가는 것을 격려하고 함께 축하해 줄 때' 비로소 평화는 시작된다고 말한다.
이슬람인들을 한 묶음으로 테러리스트로 경계하기에 앞서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려 한다면 이희수 한양대 교수가 낸 <이희수 교수의 이슬람> 이 적잖은 도움이 된다. 9ㆍ11 테러 직후 공동 저술로 내놓았다가 10년 만에 이 교수 단독 집필로 전면 개정해 내놓은 이 책은 이슬람 세계의 역사와 그들의 신앙, 문화, 생활방식, 경제, 여성문제 등을 두루 소개하는 것은 물론 테러와의 전쟁이 남긴 것과 최근 아랍 민주화 시위의 의미까지 짚었다. 이희수>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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