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소모적 정치 공방을 벌이느라 헌법에 명시된 새해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12월2일)을 넘기는 일이 올해에도 되풀이됐다. 2003년 이후 9년 연속으로 국회가 헌법을 어긴 것이다. 여야가 워낙 '강 대 강'으로 맞서고 있어 예산안을 이번 정기국회 회기(12월9일) 내에 처리하는 것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회는 2일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예산안 의결을 위해 이날 잡혀 있던 국회 본회의는 취소됐다.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기습 처리(11월22일) 이후 열흘 동안 민주당은 예산안 심의를 포함한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했고,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예산안 심사 참여를 촉구하면서 시간을 끌어 왔다. 한나라당 황우여,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예산안 처리 문제 타결을 위해 회동을 가졌으나 입장 차만 확인하고 헤어졌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FTA 처리 과정에 대해 사과하고,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 약속 등을 해야 국회에 들어가겠다고 고집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절대 불가'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한나라당은 2일 이틀째 단독으로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를 열어 정부가 보낸 예산안의 증ㆍ감액 문제를 논의했다. 한나라당 소속 정갑윤 국회 예결특위원장은 "이렇게 해서는 9일에도 예산안 처리를 끝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우리 지역구 예산을 챙겨 달라"며 계수조정소위의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은밀하게 부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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