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진 10월 26일 아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디도스 공격으로 마비시킨 범인이 경찰 수사결과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운전기사) 공모씨로 밝혀졌다니, 기가 차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당시 북한 소행이라는 말까지 나돌았던 것은 그런 무지막지한 선거방해 행위를 할 비이성적인 집단이나 개인이 이 나라에는 없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실제 최근 수십년 동안 정당이나 국회의원, 주변 관계자들이 이 같은 선거방해 행위를 저지른 적은 없었다. 선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깨뜨린 이번 사건은 결코 가볍게 처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범행 동기와 배후다.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젊은 층이 주로 투표하는 아침 출근시간에 투표소나 투표율을 확인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선관위 홈페이지를 다운시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한나라당의 홍보기획본부장이었던 최 의원은 자신에게 의혹이 쏠리자 "날벼락 맞은 심정"이라며 "조금이라도 연루됐다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그 말이 맞기를 바라며 맞을 것으로 믿는다. 아무리 기성 정치권의 도덕성과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해도 국회의원이 디도스 공격을 지시했을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다.
공씨의 범죄를 전혀 몰랐다 해서 도덕적 책임까지 면할 수는 없다. 국회의원은 자신이 기용한 보좌관 비서들에 대해 포괄적 지휘ㆍ감독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제265조에 후보자의 친족뿐만 아니라 선거사무장이나 회계책임자가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을 때 후보자의 당선을 무효화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최소한 당직 사퇴라도 해서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아울러 경찰 수사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철저하게 수사해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아야 한다. 어정쩡한 수사로 앞뒤가 맞지 않는 결론을 내놓을 경우 그 후유증은 엄청날 것이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검ㆍ경수사권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찰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도록 제대로 수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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