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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HD중단 사태 "진짜 문제는 방통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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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HD중단 사태 "진짜 문제는 방통위다”

입력
2011.12.0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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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TV가 안 나온다. 정확히 말하면 케이블에서 MBC, KBS2, SBS의 고화질(HD) 방송이 끊겼다. 표준화질(SD)급으로 나오긴 하지만, 영 답답하다. HD 방송을 보기 위해 각 가정마다 들여놓은 커다랗고 값비싼 TV 수상기가 제 구실을 못하는 상황. HD에 길들여진 눈이 화질이 떨어지는 화면을 보고 있자니 짜증이 치민다. 그런데 어디다 화를 내야 할까.

지상파와 케이블방송사(SO)간 지상파 재송신료 협상이 파행되며 지난달 28일 SO가 지상파 HD 방송을 끊어버렸다. 의무재전송으로 지정된 KBS1과 EBS만 선명한 화질로 볼 수 있다. SO들은 지상파 3사에 직접 항의하라고 친절하게 전화번호까지 안내하고, 지상파는 케이블TV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중단한 것이니 그쪽에 문의하라고 떠넘긴다. 사업자간 싸움에 애꿎은 시청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그것도 770만 가구(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 중 디지털TV 수상기를 보유한 500만 가구에 HD케이블 가입자 270만)나 말이다.

싸움의 발단은 돈 문제다. 지상파가 SO들에 재송신 대가로 가입자당 요금(CPS) 280원을 요구하자, SO 측은 "그럼 (지상파의 의무인) 난시청 해소에 케이블이 기여한 값도 내놓으라"고 맞섰다. 벌써 수년째 계속돼온 분쟁은 애초부터 타결 전망이 어두웠다. 당연히 정부의 중재가 필요했다. 그런데 방송정책을 총괄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그동안 뭘 했을까.

중재하려는 의지가 있기나 한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느긋한 행보에 비판이 쏟아졌지만 그간 방통위는 "사업자 간의 사적인 계약"이라며 적극 개입은 불가하다는 입장만 되풀이 했다. 방통위는 HD 중단 닷새째인 2일에서야 양측을 불러 의견을 들었으나, 즉각 시정명령을 내리지 않고 또 7일간의 유예기간을 뒀다. 양측이 일단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고 그 즉시 HD 방송을 송출할 예정이지만 최종 협상 타결 여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결국 또 언제든 끊길 수 있다는 말이다.

방통위가 SO들에 즉각 HD방송을 재개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릴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고 또 한번 사업자들의 다툼에서 뒤로 물러서면서 비판은 고조되고 있다. 때마침 종합편성(종편)채널이 개국해 음모론까지 등장했다. 인터넷에는 "지상파 HD가 중단돼서 갑갑했는데 선명하고 깨끗한 화질로 닥치고 종편이나 보라는 가카의 배려였구나"(@chor****) 같은 글들이 퍼지고 있다. 종편 챙기기에는 민첩한 방통위가 지상파와 SO 분쟁에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꾸물대는 게 영 석연치 않기 때문에 나오는 말들이다. 종편과 한 몸인 보수 신문들은 또 '괴담'이란 딱지를 붙이고 거품 물고 비난할 지 모르겠지만 턱도 없는 얘기라고 치부할 것만은 아닌 듯 싶다. 괴담은 아무데서나 나고 자라는 게 아니다. 이번 괴담의 숙주는 방통위의 늑장 행보가 아닐까.

문화부 채지은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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