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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판사, FTA청원문 작성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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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판사, FTA청원문 작성 착수

입력
2011.12.0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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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불평등 조약일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하며 법원 내에 재협상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제안한 현직 부장판사가 하루 만에 청원문 작성에 실제로 착수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어떤 식으로 대응하든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김하늘(43ㆍ사법연수원 22기)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2일 오전 법원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려 "내 제안에 동의한 판사의 수가 아침 현재까지 116명"이라며 "이렇게 빨리, 많은 판사가 공감할 줄 몰랐다. 너무 감동적이고 가슴이 벅차다. 그리고 용기가 난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오늘 오후 5시가 지나면 동의한 판사들의 이름을 정리해 청원문을 작성하도록 하겠으며, 대법원에 연락해 대법원장을 만날 수 있는 일정이 마련되는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5시 현재 김 부장에 동의하는 댓글은 170여 개가 게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은 이르면 다음주 초 대법원에 청원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장은 지난 1일 "한미 FTA 내용을 분석한 결과 여러 독소조항이 있고 우리 사법주권을 명백히 침해한다는 점에 동의하게 됐다. 12월 중 공감하는 판사가 100명이 넘으면 법원행정처에 TF 구성을 청원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지난달 22일 한미 FTA 비준동의안 강행처리 비판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던 최은배(44.22기) 인천지법 부장판사와 이정렬(42.23기)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MBC와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각각 출연해 김 부장 의견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최 부장은 "전체 법관 2,400명 중에서 7시간 만에 100명 이상이 동의 댓글을 달았다면 판사들의 관심이 상당히 컸다는 것이고, 일 단은 경청할 만한 의견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도 "ISD 조항에 대해선 사법권이 박탈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판사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 부장의 청원에 따라 실제로 사법부 내에 한미 FTA와 관련한 TF가 설치될지는 미지수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날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인사말에서 "'선비는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다'는 옛말이 가르치듯 법관은 항상 조심하고 진중한 자세로 자신을 도야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법관들의 사회적 발언에 대해 우회적인 방식으로 우려의 뜻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의에 참석한 법원장들도 "법관들의 상호간 자유로운 의사소통은 중요하고 보장돼야 하나, 법관들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의견이 외부로 노출될 땐 법원이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놓이기 돼 결과적으로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대법원은 밝혔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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