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향상도를 비교하니, 자율형사립고(민족사관고 같은 광역형과 이화여고 등 지역형을 모두 포함)의 향상도가 일반고나 특목고(외고, 과학고)에 비해 두드러지게 높았다."
1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학교향상도를 공개한 교육과학기술부는 자사고의 선전을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내세웠다. 고교 유형별 향상도 평균을 내면 자사고가 0.92%, 자율형공립고(자공고)가 0.42%, 일반고가 0.02%, 특목고가 -1.03%였다는 것이 근거다. 언뜻 보기에는 자사고는 '잘 가르치는 학교'인 반면 특목고는 '우수한 학생들이 가는 학교'일 뿐이다. 과연 그럴까. 전문가들의 대답은 '아니오'이다.
학교향상도는 무엇
올해 처음 교과부가 공개한 학교향상도는 '학교의 노력이 학생의 성적 변화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올해 고2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이 학생들이 중3때(2009년) 봤던 성적을 바탕으로 추산한 '기대성적'과 비교해 계산한다. 중3 신입생들의 성적이 비슷한 고교를 그룹으로 묶어 그 그룹의 기대성적을 기준으로 각 학교 학생들의 성적이 높은지 낮은지를 비교한다. 즉 전반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이 가는 학교 그룹일수록 기준점인 기대성적이 높다.
때문에 입학성적 자체가 차이가 나는 고교들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자율고는 특목고에 비해 입학성적이 낮아 기대성적 자체가 낮고, 기대성적보다 똑같이 1점 높은 점수를 받아도 특목고보다 향상도가 높게 매겨지기 때문이다. 김준엽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는 "영국이 교육의 맥락부가가치를 구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비슷한 조건(입학 성적)을 가진 학교들끼리 얼마나 성적을 올렸는지를 볼 수 있어 과학적"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입학성적이 크게 차이가 나는 A외고와 B자율고의 비교는 무리"라고 말했다.
결국 입학생 성적이 우수할수록 향상도는 낮은 경향을 보인다. 서울 강남3구 향상도가 -1.31%로 서울 전체 평균 -0.33%에 못 미친 것도 같은 이유다.
귀족학교들의 씁쓸한 선전
특목고와 강남3구의 저조한 향상도가 결국 선발효과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이날 "자사고 중에서도 입학성적이 특목고 수준으로 높은 학교(중3 성적 상위 10%)들을 비교해도 특목고의 3분의 2가 향상도가 마이너스, 자사고는 3분의 2가 플러스 향상도였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들 상위 자사고들은 대부분 민족사관고, 현대청운고 등 전국단위로 신입생을 선발했던 옛 자립형사립고들로 내신 상위 50% 가운데 추첨을 통해 선발하는 서울지역의 자사고(이른바 자율고)와는 전혀 다르다. 신익현 교과부 교육정보기획과장 역시 "상위 자사고들은 대부분 전국단위 선발을 해 예전부터 성적이 높았던 학교들"이라고 말했다.
학업성취도 대비 부작용도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파행도 지적된다. 전국교직원노조 관계자는 "향상도가 높은 일부 학교들은 밤 10시까지 학업성취도 평가의 기출문제 풀이를 해 점수를 올린 곳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학업성취도 향상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 자사고의 성과는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 위주의 교육을 실시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김혜영기자 shi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