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최재원 수석부회장에 대한 사법처리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과거 횡령 혐의로 검찰에 불려간 재벌 총수들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재차 회자되고 있다. 구체적인 혐의와 금액에는 차이가 있지만 최 부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개략적으로 가늠해볼 참고자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법의 심판을 받은 재벌은 오리온그룹이다. 담철곤(56) 회장은 지난 10월 3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한 혐의로 징역3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담 회장은 위장계열사 임원에게 장기간 월급과 퇴직금을 주는 방식으로 회사돈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 등이 인정돼 지난 5월 구속수감됐다. 함께 검찰 수사를 받았던 담 회장의 부인 이화경 사장은 입건유예됐다.
한화, 태광그룹은 비자금 조성 혐의로 동시에 서울서부지검의 수사를 받았지만 오너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태광그룹 이호진(48) 회장은 1,600억원대의 횡령, 배임 혐의로 지난 1월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의 모친 이선애(82) 상무도 불구속 기소돼 모자가 함께 법정에 섰다. 반면 한화그룹 김승연(59) 회장은 한 달 동안 세 차례나 소환되는 진기록을 세우며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았지만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지도 못한 채 불구속 기소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2005년에는 두산그룹 '형제의 난'으로 박용오, 박용성 전 회장이 서초동 검찰청사로 출두했다. 두 사람은 회사돈 286억원을 횡령한 혐의가 인정돼 구속수사가 예상됐지만 불구속기소로 마무리됐고 법원에서도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이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강하게 비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대차 정몽구(73) 회장은 2006년 1,0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빼돌린 혐의로 구속기소됐지만, 아들 정의선(41) 사장은 기소유예 처분으로 법정행을 피했다. 정 회장은 수감 두 달 만에 보석으로 풀려 나왔고, 거액의 사재 출연을 조건으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아 '유전무죄' 논란이 촉발되기도 했다.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함께 이번에 다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SK그룹 최태원(51) 회장은 2003년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로 구속기소됐다 보석으로 풀려 나와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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