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찬 서울 종로경찰서장 폭행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경찰이 신청한 김모(54)씨 구속 영장이 기각되면서 경찰 수사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폭행을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경찰이 반대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무리하게 영장을 신청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는 30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찰 수사 과정에서 내가 박 서장의 모자를 빼앗으려 시도했다고 시인한 후 경찰이 1분 분량의 동영상을 보여줬다"며 "이 동영상에는 내가 박 서장을 둘러싼 경찰들과 몸싸움하는 모습만 찍혔고 모자를 빼앗거나 폭행하는 장면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26일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에서 박 서장을 폭행한 혐의로 하루 뒤 긴급 체포됐으나 29일 영장이 기각돼 석방됐다.
종로서 관계자도 "폭행 증거로 제출한 동영상의 흔들림이 심해 증거로 인정되지 않은 것 같다"며 "사진을 더욱 정밀하게 분석해 영장을 재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애초부터 무리한 수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장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김환수 영장전담부장판사는 기각 사유로 "공무집행 방해에서 요구하는 폭행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경찰의 범죄사실 소명이 불충분하다는 얘기다. 종로서는 자체 촬영한 동영상뿐 아니라 인터넷에 올라온 동영상 등 여러 편을 증거자료로 제출했지만 모두 인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성북서가 26일 집회에서 전모 경사의 얼굴을 폭행한 김모(42ㆍ건축업)씨에 대해 사진 채증으로 구속시킨 것과 달리 김씨에 대해서는 확실한 증거자료도 없이 성급하게 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경찰은 김씨 외에 여러 사람이 공무를 수행 중인 박 서장을 집단 폭행했다는 이유로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집단 폭행했다는 사람들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또 김씨는 긴급체포를 해놓고 박 서장을 폭행한 다른 용의자 김모(44)씨에 대해서는 자진 출석을 요구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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