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오너 일가가 아닌 직원 출신이 오를 수 있는 맨 꼭대기는 부회장이다. 샐러리맨이 부회장이 된다는 건 꿈을 이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LG은 29일 시작된 그룹 정기인사에서 차석용(사진) LG생활건강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기용했다.
더구나 차 부회장은 내부 출신 아닌 사장 시절 외부에서 영입된 인물. LG그룹 사상 민간출신 외부영입 인사가 부회장까지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정홍식 전 데이콤 부회장이나 이상철 현 LG유플러스 부회장도 외부출신 인사이긴 하지만 민간기업인 아닌 장ㆍ차관급 고위관료 출신을 영입한 케이스였다.
매출액이 3조4,000억원 가량으로 LG그룹 계열사 중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인 LG생활건강에서 부회장을 배출한 것도 극히 이례적인 일. 현재 LG그룹 임원진 중 부회장급은 오너일가인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강유식 ㈜LG 부회장,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이상철 부회장 등 4명 밖에는 되지 않는다. 이들은 모두 LG의 주력계열사 CEO들. 때문에 차 부회장 승진은 LG그룹 내에서 더욱 파격인사로 받아들여진다.
LG그룹 관계자는 "차 부회장은 사장 취임 후 27분기 연속 두 자릿수 퍼센트의 매출 및영업이익 성장을 이뤄내고 LG생활건강 주가를 15배 이상 신장시키는 등 남들이 따라 올 수 없는 놀라운 경영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차 부회장은 2005년 LG생활건강 사장으로 영입될 때부터 화제였다. 그는 한국P&G의 평사원으로 입사, 대표까지 올랐으며 이후 해태제과사장을 지내다 LG로 스카우트돼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란 평가를 받았다. LG생활건강을 맡은 뒤에도 코카콜라음료, 더페이스샵, 해태음료 등을 차례로 인수합병(M&A)했으며 이를 통해 매출액은 3배, 영업이익은 5배로 키웠다. 취임 당시부터 책임 경영 차원에서 꾸준히 사 모은 주식 가치도 급등해 현재 180억여원에 이른다.
차 부회장은 내부 근무 시스템도 파격적으로 바꿔 취임하자마자 야근을 없애고 정시 퇴근제를 실시했으며, 그룹 내에서 '장표'라 부르는 비효율적인 보고서 작성 관행도 퇴출시켰다.
그룹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함에도 불구하고 차 부회장을 파격 승진시킨 데에는 다른 계열사들도 각성하라는 구본무 회장의 경고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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