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우면산 산사태 원인 재조사 여부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한 시의 최종보고서가 산사태 발생 이후의 강우량까지 더하는 등 총체적으로 부실한 것으로 드러냈다.
서울시가 30일 공개한 '우면산 산사태 원인조사 및 복구대책수립 용역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보고서는 산사태가 발생한 13군데 가운데 방배래미안아파트 방향 등 4곳만 원인분석 대상에 포함시켰으며, 산사태 제 1원인으로 집중호우를 꼽았다.
최종보고서의 가장 큰 허점은 산사태 원인을 분석한 부분. 우면산 서초관측소의 산사태 발생 시점은 7월 27일 오전 7시40분인데, 전일 오후 4시부터 이때까지 15시간20분 동안 누적 강우량은 230㎜로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도 보고서는 산사태 발생 이후인 오후 6시까지 강우량을 더해 364.5㎜의 집중호우를 가장 큰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우면산 정상 공군기지 원인조사는 아예 군에 맡겼다. 시 조사단은 9월 중간발표에서 우면산 정상의 공군기지가 산사태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에 대해 "가능성이 있다"고 했는데도, 최종보고서의 우면포대 우수관거 조사분석 부분을 '국방부 제공 자료'로 처리했다.
특히 산사태가 발생한 날이 7월 27일인데도 8월 5일의 깨끗해진 영내 배수로 사진을 넣어 '우면포대 무개배수로 상태는 그림과 같이 양호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기술했다.
보고서 결론 부분에서는 전원마을 등의 산사태 원인에 대해 '기존 배수계통이 불충분하다'는 기술을 하는데 그쳤다. 토석류가 내려와 배수로가 막혔는데도 이전에 토석류가 내려와 확산되는 과정에 대한 시뮬레이션이나 원인분석 없이 피해 서술에 그친 것이다. 중간발표에서 조사단 연구원을 맡았던 2명은 최종보고서에서 자문위원으로 한발 물러섰다.
이에 대해 최광빈 시 푸른도시국장은 "산사태 양태는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전 지역을 보고서 대상에 포함시킬 필요는 없다"며 "박 시장은 시민들 입장에서 가슴 아픈 부분을 헤아려 말씀을 들으려는 것이지 이를 재조사로 침소봉대해서는 안 된다"고 해명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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