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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폭력과 이념에 무너지는 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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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폭력과 이념에 무너지는 법치

입력
2011.11.30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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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2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표결되는 날 국회는 최루탄에 맞는 폭력의 날로 역사에 기록됐다.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사진행을 방해하기 위해 최루탄을 터뜨린 행위는 지금까지 국회 내에서 벌어진 어떤 폭력보다 위험한 수준이다. 최루탄은 원래 군사용으로 개발되어 독재정권 시절 경찰이 시위진압용으로 사용했다. 김 의원의 행위는 면책특권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형법과 국회법에 정한 등 5가지 죄목으로 처벌될 수 있다.

위협받고 있는 의회민주주의

불법을 처벌하는 법률을 만드는 국회에서 최루탄을 사용하는 불법을 자행한 것은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그런데도 국회의장이나 국회의원 어느 누구도 이 불법행위를 고발하지 않았다. 보다 못해 어느 시민단체가 그를 경찰에 고발했다. 국회의 불법행위 방관은 법치주의 도전에 대한 방치다.

재판에서 가장 나쁜 것은 판사의 선입관과 이념 표출이다. 판사의 선입관은 법리와 증거를 살펴보기도 전에 결론부터 내리는 것이어서 사법에서 가장 경계하는 대상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판사의 이념 표출이다. 그 이유는 선입관은 개개의 사건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이념은 판사의 정치적 신념에서 우러나는 것이어서 모든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에 승패가 좌우되는 화투놀이를 하는 것은 도박이지만 실력에 타수가 좌우되는 골프에서 돈을 거는 것은 도박이 아니라는 법논리를 가지고 무죄 판결을 내린다면 선입관의 표출이다. 하지만 평소 좌파성향을 드러낸 판사가 강기갑 의원의 공중부양 사건에서 법논리를 접고 극도의 흥분상태에서 행사한 폭력은 무죄라고 판결한 것은 이념의 표출이다. 선입관으로 내린 판결은 비난을 받지만 이념을 표출한 판결은 불신을 낳는다.

모든 국민은 표현의 자유를 가지지만 헌법이 공무원에게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합리적 제한이다. 그래서 공무원인 법관도 무제한적인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없다.

그런데 FTA 비준안 강행처리에 불만을 가진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관료들이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 22일, 난 이날을 잊지 않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그가 법원내 진보성향 법관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간부로서 좌파 성향의 판사이기 때문이 아니라 강한 정치적 이념을 표출한 것이어서 법관이 사적 영역에서 가질 수 있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섰다. 이념은 이념을 부른다. "보수 편향적인 판사들 모두 사퇴해라, 나도 깨끗하게 물러나 주겠다"며 그를 옹호하는 판사도 이념을 드러내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반미성향의 판사들이 미국과의 통상사건을 맡는다면 어떤 판결을 내리더라도 불신의 벽을 넘을 수 없다.

집회와 시위는 평화적·비폭력적·비무장이어야 한다. 그래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온정주의로 불법 감싸선 안 돼

지난 달 26일 밤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FTA 비준 무효화를 요구하며 불법시위를 벌이던 시위대가 야당 의원들에게 불법집회의 해산을 요구하러 가던 종로경찰서장을 집단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경찰이 폭력을 유도했다고 반발하기에 앞서 폭력적 집회는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 될 수 없다. 폭력은 법치를 흔드는 매우 위험한 수단일 뿐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입법과 사법, 행정은 폭력과 이념에 의해 법치가 흔들리고 있다. 포퓰리즘에 밀려 불법을 온정주의로 감싼다면 또 다른 불법을 야기한다. 법치를 단단히 세우는 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하창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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