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출연한 뮤지컬과 드라마, 팬과 가족, 친구들에게 평생 갚을 수 없는 빚을 졌습니다. 이기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죄는 가장 잘하는 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우 주지훈(29)이 돌아왔다. 내년 1월 말부터 공연되는 뮤지컬 ‘닥터 지바고’의 주인공 유리 지바고로 3년 만에 연기 활동을 재개한다. 그는 2009년 마약 복용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고, 지난해 2월 입대해 지난달 21일 제대했다.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군인에서 배우로 돌아온 주지훈입니다”라는 말로 운을 뗀 뒤 “제대 당일에는 실감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걸 보니 이제야 제대했구나 싶다”고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소감을 밝혔다.
첫 복귀작으로 영화, 드라마가 아닌 뮤지컬을 선택해 의외라는 반응도 있다. 주지훈은 “나의 작품 선택 기준은 한결 같다”며 “큰 사건이 중심이지만 그 안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생의 리얼리티가 녹아 있어 받아본 대본 중 가장 공감했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유리 지바고의 풍파 많은 인생에도 눈길이 갔어요. 모델 활동을 하다 하루아침에 연기자로 데뷔한 것도 그렇고, 저 역시 급격한 인생의 변화를 많이 겪었으니까요.”
작품 선택에는 입대 직전 출연한 첫 뮤지컬 ‘돈 주앙’의 영향도 컸다. “인내가 쓰고 길수록 열매는 달다고 하잖아요.‘돈 주앙’에 출연했을 때 운동을 전혀 하지 않고도 몸무게가 8㎏ 줄었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오랜 시간 연습에 매진해야 하는 공연예술의 매력에 빠졌죠. 열매가 정말 맛있었어요.”
특히 그는 “예전에 비해 세상을 넓게 보게 됐고 관심 가는 이야기가 많아졌다”며 “매체를 가리지 않고 입대 전보다 좀 더 많은 작품에 출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뮤지컬에선 뛰어난 가창력으로 이름을 알린 배우 홍광호와 번갈아 유리 지바고를 맡는다. 그는 “배움에 대해서는 자존심을 내세우는 편이 아니다”며 “캐릭터 차별화를 생각하기보다 이미 친구가 된 동갑내기 홍광호에게 공짜로 노래를 배울 생각”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제가 웃고 있지만 실은 웃는 게 아니에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순간의 죄송함과 모든 감정을 버무려서 이 자리에 돌아온 제 결론은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보다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연기를 보여드려야 한다는 것밖에 없습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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