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타이는 기원전 7~3세기 유라시아 북방 초원지대를 휩쓴 유목 기마민족이다. 이들은지금의 우크라이나 영토인 흑해 북쪽 연안에서 일어나 중앙아시아, 시베리아, 중국의 북쪽 변방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을 단일 문화권으로 묶었다. 말을 달리고 수레를 굴려 기동력이 뛰어났던 덕분이다. 스키타이 문화는 중국을 통해 한반도까지 들어와 고조선의 비파형동검, 신라 금관 등에 자취를 남기고 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1일 개막하는 '스키타이 황금문명'전은 스키타이가 남긴 황금 유물을 중심으로 구성한 전시다. 우크라이나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역사박물관에서 가져온 아름답고 화려한 유물 260여점을 볼 수 있다. 스키타이의 뒤를 이어 유라시아 초원을 호령한 사르마티족ㆍ훈족ㆍ아바르족 등 여러 유목민족의 문화, 러시아의 뿌리인 키에프루스에 스며든 스키타이 요소가 그리스 정교를 받아들이면서 변모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유물도 여기에 포함됐다.
스키타이 문화권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세 요소는 마구(馬具)와 무구(武具), 동물 모양 장식이다. 스키타이는 황금을 숭배했기 때문에 금으로 만든 화려한 유물이 많다. 말 안장과 재갈, 말을 치장하는 장식품, 칼과 칼집, 사람 몸에 걸치는 각종 장신구 등은 금을 세공하는 뛰어난 기술을 보여준다. 정과 망치로 얇은 금판을 두드려 여러 동물이나 꽃과 덩굴을 돋을새김한 화살통과 칼집은 화려함의 극치다.
구리나 은으로 만든 금속공예품, 흙으로 빚은 그릇과 조각품 등도 나왔다. 인접한 그리스 문화에서 받은 영향은 사자와 독수리를 합친 상상의 동물 그리핀을 묘사한 주화나 장식판, 고전시기 그리스 도기를 닮은 접시와 항아리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새해 2월 26일까지 한다. 흥미로운 전시이지만, 각 유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불친절하게 느껴지는 점은 아쉽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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