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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12월로 넘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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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12월로 넘어가며

입력
2011.11.30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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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대관령엔 폭설이 내린다는데, 남쪽 항구도시의 캠퍼스는 만추의 마지막이 눈부십니다. 만추의 넘치도록 아름다운 장관은 순환하는 계절이 가을을 겨울에게 넘기면서 스스로도 아쉬워서 밝히는 색색의 등불 같습니다.

인문대학 뒤편 쉼터 의자에 바람이 불 때마다 수북하게 쌓이는 은행나무 노란 잎들, 스스로의 사유로 깊어지는 사범대학 가는 길가의 메타세콰이아 숲, 가벼워지기 위해 고뇌하는 월영지 주변의 활엽수들이 그림 같습니다. 만트라 같은 만추의 빛과 향기를 그렇게 밖에 전달하지 못하는 제 무딘 표현을 이해하십시오.

적확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언어도단(言語道斷)의, 말할 길이 끊어졌다는 뜻의 말 할 수 없는 풍경 앞에 저는 지금 압도당하고 있습니다. 그 풍경 사이로 바다안개가 내린 합포만에서 울리는 베이스 같은 뱃고동까지 흘러들어와 주체할 수 없는 서정을 어찌할 수가 없어 안절부절 할 뿐입니다. 캠퍼스 시계도 한 해의 마지막을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마지막 대학보도 나왔고 다음 주엔 종강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시창작 강의를 들었던 제자 중 둘은 졸업하고, 휴학 중이었던 둘은 복학을 합니다. 또 둘은 군 입대를 합니다. 제 강의의 회자정리(會者定離)의 시간도 그렇게 가까워져 오고 있습니다. 그 시간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신춘문예 도전을 준비 중인 문학도들의 눈빛도 형형해지며 12월로 넘어가는 중입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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