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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프간전 영웅' 무기업체 상대 또 다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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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프간전 영웅' 무기업체 상대 또 다른 전쟁

입력
2011.11.30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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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코타 마이어(23)는 미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아프가니스탄 전쟁 영웅이다. 아프간과 이라크 전장에서 아군 36명과 동료 시신 4구를 구해내 해병으로선 처음 미군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 훈장을 받았다. 9월 백악관이 훈장 수여를 위해 직장에 전화하자 일과시간이라며 받지 않은 일화는 유명하다.해병대 병장 출신인 그는 지금 탈레반이 아닌 거대 무기회사 BAE시스템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29일 미 언론에 따르면 그는 자신이 동료 병사의 목숨을 앗아갈 첨단기술의 해외수출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BAE가 조직적인 음해를 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마이어는 소장에서 BAE가 자신이 음주벽과 정신불안이 있다고 비난하고, 직장조차 구하지 못하게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미 언론은 이번 소송이 무기업계의 비도덕성을 폭로하는 또 다른 영웅담이란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아프간 전장에서 이룬 무공 덕분에 마이어는 3월 영국계 BAE에 근무할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BAE가 첨단기술이 적용된 열감지 투시경을 파키스탄군에 판매하려 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마이어는 파키스탄군을 믿을 수 없고, 결국 이 기술이 미군을 겨누는데 이용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그는 소장에서 “최고 장비와 기술을 우리 등에 칼을 찌르려는 사람들에게 주려 한다”며 “이는 동료 병사를 살해하는 사람들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불화 끝에 마이어가 회사를 그만두자 BAE의 공격이 시작됐다. 전쟁 영웅인 마이어를 정신적으로 불안한 주정뱅이로 몰았다. BAE는 국방부 무기획득 담당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마이어가 외상후증후군을 앓고 있고, 그가 명예 훈장을 받아 스타반열에 올랐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실은 마이어가 1년여 근무했던 중소 군납기업 아우스가르 테크놀로지가 그의 채용을 거부하면서 공개됐다. 마이어는 5월 고용담당자가 “BAE의 주장 때문에 고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 인사가 BAE의 이메일을 아우스가르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안은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BAE는 첨단기술 판매를 반대한 데 대한 보복이라는 마이어의 주장이 근거가 없고, 무기기술 수출은 국방부 결정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법정 밖 상황은 마이어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마이어의 우려대로 파키스탄군은 아프간 국경에서 탈레반을 도와 미군을 간접 공격하고 있다. BAE는 뇌물과 부패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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