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 대표가 29일 수사권 조정안을 두고 공개 토론회에서 공방을 벌였다. 경찰은 "검찰이 내사 단계까지 광범위하게 개입하게 한 국무총리실의 조정안은 경찰 수사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모든 수사활동 지휘권은 검찰에 있다"고 맞섰다. 이날 국회 토론회 현장에는 1,000여명의 일선 경찰이 전국에서 몰려와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검ㆍ경 수사권 관련 '형사소송법 개정 대통령령 총리 안의 문제점 토론회'가 열린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은 행사 시작 20분 전부터 600여 좌석이 꽉 들어찼다. 토론회장 바깥 복도까지 메운 이들은 대부분 경찰관들. 이들은 지난 23일 총리실이 내놓은 조정안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경찰 수사권 근조' 리본을 달거나 '형사와 검사의 TV 맞짱 토론을 촉구한다'는 스티커를 옷에 붙였다. 또 이들은 '검사도 순경이 수사할 수 있도록 국민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우리도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벤츠 검사를 수사하고 싶다'고 적힌 플래카드와 종이판을 들고 토론회를 지켜봤다. 일선 경찰들은 앞서 경찰 내부망 등을 통해 "휴일이거나 비번인 경찰들이 토론회에 조직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글을 올려 토론회 참석을 독려했다.
이날 토론회 시작 전 주최자인 이인기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 "발언에 대한 야유나 비난을 자제해달라"고 했지만 검찰 쪽에서 경찰 수사권 문제를 지적할 때는 객석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반면 경찰 측 발표자의 수사권 옹호 발언에는 환성을 질렀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에서도 검경 양측의 논리공방은 팽팽히 전개됐다. 우선 주제 발표에 나선 박노섭 한림대 법행정학부 교수는 "현재 형사소송법 제196조 제3항은 검사의 수사 지휘에 관한 내용만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며 "대통령령이 수사에 관한 사항까지 확장한다면 위임의 한계를 훨씬 넘어서게 돼 헌법이 보장하는 법률주의 원칙에 어긋나게 된다"고 주장했다.
경찰 측 대표 이세민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은 경찰의 내사 단계까지 검찰 지휘를 받게 한 조정안에 대해 "우리(경찰)가 내사하면 불륜이고 검찰이 하면 로맨스냐"고 꼬집었다. 이 단장은 또 "내사에 대한 통제는 경찰뿐 아니라 검찰도 받아야 하고 하위 법령인 대통령령이 아니라 법률에서 정할 문제"라며 "경찰 수사에 대한 검사의 일방적 지휘 구조로 돼 있는 현행 법 체계에 문제가 있는 만큼 국회 논의를 통해 형소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공격했다.
경찰 측 토론자 탁종연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이번 조정안에선 선거 사범의 경우 경찰이 입건 여부까지 검찰 지휘를 받도록 돼 있다"며 "검사 출신 국회의원은 24명이고 경찰 출신은 1명뿐인 상황에서 어떤 검사가 전직 상사인 국회의원을 입건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 측 대표로 나온 이두식 대검찰청 형사정책단장은 "지난 6월 개정된 형소법에는 '사법경찰관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명시돼 있다. 하위 법령인 시행령에서 검찰의 수사 지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장은 또 '검찰 비리에 대한 경찰의 수사권을 인정해달라'는 경찰 주장에 대해 "이 역시 형소법 규정에서 예외를 두겠다는 것으로, 검사를 포함한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고 동등한 대우를 받도록 한 헌법에도 위반된다"고 덧붙였다.
검사 출신인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경찰이 내사 단계에서 사건을 종결해버리면 그 결과가 잘못된 게 밝혀져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검찰이 내사 단계에서도 지휘하는 게 맞다"고 거들었다.
토론회 말미에 방청석에 있던 한 경찰관이 "검찰 측에 경찰과의 TV 맞짱토론을 제안한다"며 의향을 물었으나 검찰 측은 무시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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