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기준 소비자 물가지수 개편’으로 올 10월까지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4.4%에서 4%로 크게 하락했다. 이런 결과와, 개편 발표를 한 달이나 앞당겼다는 점에서 정부의 ‘물가 안정’ 목표인 연 4%에 맞추기 위한 인위적 하향조정의 색채를 지울 길 없다.
반면 소비자 물가지수 조사 대상품목을 국민 소비행태 등 생활상 변화를 반영해 5년마다 개편하기로 한 취지를 되새겨 실제로 빠지고 들어간 대상 품목을 살피면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스마트폰 이용료나 인터넷 전화료, 애완동물 미용비용, 막걸리 등을 새로 집어넣은 대신 공중전화나 유선전화기, 캠코더, 금반지 등을 뺀 것이 논란을 빚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 보인다. 대상 품목 변동은 전년도 가계동향조사에서 드러난 소비지출액 구성비율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품목 조정 자체를 가지고 꼬투리를 잡기는 어렵다.
그러나 품목 조정의 결과로 국민의 체감 물가상승률과 물가지수 통계 사이의 거리가 더욱 멀어져 정부 통계에 대한 믿음이 떨어지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당분간 옛 기준과 새 기준을 나란히 적용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어찌 보면 새 물가지수에 대한 논란은 한동안 무성했던 실업률 통계 논란과 그리 다르지 않다. 분명히 국제적 기준에 따른 실업률 통계가 논란을 빚은 것은 통계의 객관적 목적과 그에 대한 주관적 해석의 근본적 부조화 때문이다. 무미건조한 숫자에 개인적 정서를 투영하려는 데서 비롯한 결과다.
가령 실업률 통계는 적극적 구직자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얻지 못했는지를 보려는 것인데도 많은 사람들은 취업을 바라는 사람까지 포함한 전체 고용 실상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이런 부조화를 풀려면 무엇보다 당국이 실업률과 고용률을 함께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국민이 두 통계를 나란히 보며 체감지수를 조정하려 하면 효과가 배가된다. 마찬가지로 물가지수 통계도 신구 기준의 대비에 덧붙여, 도입된 지 10년이 넘은 ‘생활물가지수’를 더욱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운용할 때 신뢰가 쌓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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