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가 페이스북에 한미FTA 반대 글을 올린 일을 놓고 법원 안팎으로 찬반논란이 확대되면서 결국 대법원이 나섰다. 지난주 비준안 기습처리 직후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 운운하는 글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고, 다른 판사가 그를 옹호하는 글을 잇따라 쓰면서 이 문제는 사회적 논쟁으로 비화했다. SNS의 성격 규정과 이용행위 등에 대해 미처 판단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번 일은 의미 있는 논쟁의 계기가 될 만했다. 그러나 이번 사안 역시 이념적 공방으로 변질돼가는 양상은 아쉽다.
SNS는 사적인 표현공간이지만 공개성과 전파성 등 여러 측면에서 공공미디어의 성격도 갖는다. 따라서 누구나 모든 문제에 대해 SNS를 통해 얘기할 수 있지만, 문제는 행위 당사자가 공공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다. 특히 국가가 모든 갈등사안에 대해 최종적 판단의 권위를 부여한 판사라면 SNS의 공적 측면을 우선 고려해야 하는 것이 옳다. 법관윤리강령이 판사들의 공개논평이나 의견 표명을 금지하는 것도 자칫 재판의 공정성이나 사법신뢰를 해칠 우려 때문이다. 미국이나 독일 등 많은 국가에서도 판사들의 개인적 견해 표명이 문제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그런 점에서 “한 시민으로서…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밝힐 수 있다”는 그 판사의 주장은 부여 받은 엄중한 국가적 책임과 이에 따른 개인적 표현자유 유보 이유를 깊이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 나라를 팔아먹은”따위의 몰이성적 표현에서는 법관에게 기대할 만한 최소한의 분별과 사고(思考)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히 유감스럽다.
그러므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판사들에게 외부에 의견을 표현할 때는 신중하도록 권고하고, SNS 사용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한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이제부터 SNS에 대한 본격 논의가 필요한 만큼 해당 판사의 제재를 거론하는 것은 처음부터 바람직하지 않았다. 향후 논의와 무관하게 이번 일이 법관들 자신도 국가적 책임을 새롭게 인식하고 자질을 다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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