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광객들이 한국에 올 때 사 가는 대표 식품으로 알려져 있는 김. 하지만 그 김의 상당수가 일본 품종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본산 방사무늬 김 품종은 식감이 부드러우면서도 번식력과 환경적응성이 강해 김밥용 김이나 조미김 등으로 많이 사용돼 오고 있다. 하지만 김은 수조에서 무제한 배양이 가능하기 때문에 종자(사상체)를 돈을 주고 사오는 대신 오래 전 들여온 사상체를 매년 국내에서 배양해 이용해 왔다.
문제는 내년부터는 해조류도 종자를 개발한 권리자에게 로열티를 내야 하는 신품종 보호대상에 들어가면서 '무단 배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2002년 우리나라가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에 가입한 후 매년 20~30개 작물에 대해 품종 보호 대상으로 지정해 왔는데, 10년이 되는 내년부터는 국산화율이 낮아 그 동안 미뤄왔던 ▦딸기 ▦감귤 ▦나무딸기 ▦블루베리 ▦양앵두 ▦해조류 등 6개 작물도 품종 보호 대상이 된다. 이 때문에 벌써 '김밥 한 줄 먹을 때마다 일본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내년 1월7일부터 당장 김 양식을 하는 어민들이 김 종자를 살 때마다 로열티를 지급하거나 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아직까지 해조류에 대해 로열티를 지급한 사례가 없을 뿐 아니라 20년이 지난 종자는 보호 대상이 아니고, 종자 권리자가 로열티를 받으려면 우리나라에서 보호 품종으로 출원을 하고 심사를 거쳐 등록하는 절차까지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기간이 2년 6개월 정도 걸리는데, 현재까지는 이러한 권리를 적극 행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수산과학원 해조류바이오연구센터의 황미숙 박사는 "현재 국내에서 인공 배양되는 사상체의 40%가 일본산"이라면서 "생산량을 기준으로 로열티를 부과할 것으로 가정한다면 연간 총 로열티 지급액은 21억원 정도"라고 추정했다.
딸기와 감귤도 전통적으로 국산화율이 낮았던 분야지만 10년의 유예기간 동안 국산화가 많이 진전됐고 보호기간(20~25년)을 넘긴 품종이 많아 심각한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5년 전만 해도 딸기 종자의 국산화율이 10%에 불과했는데 농촌진흥청에서 '설향'이라는 우수 품종을 개발한 후 딸기 농가가 앞다퉈 이 품종을 사용해 현재 57%까지 올라갔다"고 밝혔다. 감귤의 경우 이미 보호 기간을 넘긴 품종이 대부분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당장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지 않는다고 해서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6개 작물 외에도 이미 보호 대상인 수많은 작물의 종자가 외래종이어서 국산 종자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종자 국산화가 진전되지 않을 경우 향후 10년간 로열티 부담액이 최대 2,9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2021년까지 종자산업에 모두 4,911억원을 투자하는 '골드씨드(Golden Seed)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민간 기업도 동참했다. CJ제일제당은 전라남도 해양수산과학원이 개발한 토종 김 품종을 제품화하기로 하고 28일 오후 양해각서를 맺었다. CJ제일제당은 내년 3월에는 토종 원초로 생산한 신규 김 브랜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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