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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형철의 빨간 펜] '사회문제 유발한다'는 추상적 저축 감소 등 타당성 뒷받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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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형철의 빨간 펜] '사회문제 유발한다'는 추상적 저축 감소 등 타당성 뒷받침을

입력
2011.11.2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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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회과 과목에 나오는 여러 개념들을 적용하여 사회현상을 해석하려 노력한 점이 바람직하다. 신문활용교육(NIE)의 취지에 충실하고, 장차 구체적인 학습이 수반되면 더 훌륭한 소재들을 사용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글의 흐름 역시 원인과 그 해결 방안을 각각 모색하려는 시도가 좋았다.

여기에 글의 분량을 적절히 조절해 서론 본론 결론의 균형을 맞춰 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정확한 개념의 적용이 부족하고, 논거들이 가지는 논리적 타당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글을 쓰기 전에 반드시 개요를 잡아보기를 권한다. 개요를 보며 분량의 안배, 사용 개념과 논거의 적절성, 논리의 타당성을 따져주면 좋을 것이다.

학생의 글에서 아쉬운 점은 서론에서 첫째 원인까지 되풀이 구조에 빠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서론에서 언급했어야 할 내용들이 빠져있다. 먼저, 명품지향주의의 원인과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당위성이 빈약하다. 단순히 '각종 사회문제를 유발한다'는 이유는 추상적이다. 가치전도나 인간소외를 초래하여 존엄성의 손상이나 공동체의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거나, 경제적 측면에서 과도한 소비가 저축을 감소시켜 발전의 원동력을 차단할 수 있다는 등의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원인 규명의 타당성을 뒷받침해야 한다.

또한 '명품소비=잘못된 소비'라는 이분법으로 보인다는 문제가 있다. '어플루엔자'의 개념은 '분에 넘치는' 비합리적인 명품소비임을 서론에서 압축했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그런 비합리적인 소비에 대한 원인분석을 시작했다면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원인으로 제기한 논거들에도 약간의 문제가 있다. 비합리적인 명품소비의 원인으로 '물질만능주의'는 너무 포괄적이며, 산업화와 관련된 언급은 명품소비 풍조와 직접적 연관이 없다. 산업화가 먼저 진전된 나라들이 모두 우리와 같은 문제를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가치판단이 맹목적'이라는 둘째 논거와 설문내용 사이에는 논리적 비약이 크다. '멋있어 보여서'라는 답이 그 뒤에 나오는 것처럼 해석되기는 힘들다. 멋있기 때문에 비싼 물건을 구매한다면 그것은 타당한 소비로 봐야하지 않을까? 만약 '명품은 무조건 좋으니까'나 '비싼 것이 좋은 것이므로'와 같은 답이었다면 둘째 논거처럼 해석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 논거 역시 명품소비만의 문제는 아니어서 적절치 않은 논거다. '또래압력'은 명품이 아니어도 흔히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문제들은 논점을 '비합리적 소비'에 맞추지 않아 발생한 것이다. 비합리적 소비를 문제로 삼아 그 원인을 규명했다면 ▦물질적 가치만을 중시하여 가격과 인격을 동일시하는 풍조 ▦'비싼 것=좋은 것'이라는 무비판적 태도 ▦개인의 과시욕과 허영심 등으로 요약됐을 것이다. 해결책 역시 정신적 가치 중시ㆍ비판적 태도라는 개인적 측면, 공동체 중시ㆍ나눔과 배려의 사회분위기 조성이라는 사회적 측면으로 나눠 제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관련 논거들을 더 공부하고 싶다면 전통윤리의 '전통윤리의 현대적 계승' 단원이나 윤리와 사상의 '자본주의의 인간화', '현대 한국사회의 윤리 사상적 과제' 단원을 참고하기 바란다. 공부를 하면서 언급한 점들을 다듬는다면 성장 가능성이 큰 글이다.

공부의 자세 대표 hckongkorea@hotmai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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