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철(49ㆍ구속) SLS그룹 회장이 검찰 고위인사 5명에게 금품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이 회장은 앞서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신재민(53)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사업가 김모씨를 통해 다른 전ㆍ현직 검찰 간부 4명에게 SLS그룹 수사 무마 등을 위한 구명 로비를 했다고 주장했다.
28일 인터넷매체 오마이뉴스가 공개한 '이국철 비망록-검찰편'에 따르면 이 회장은 SLS그룹이 2009년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대영로직스 대표 문모(42ㆍ구속)씨가 검찰 최고위층 인사였던 K씨와 현재 지방검찰청 검사장인 L씨 등에게 전달한다고 해서 5억원을 건넸다고 기록했다. 이 회장은 K씨를 고급 레스토랑에서 두 차례 직접 만났다고 주장했으며, 현직 검찰 최고위층 인사도 로비 대상으로 언급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문씨가 대검 간부인 J씨에게 전달한다고 해서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인 박모씨가 움직일 자금과 1억원을 요구해서 금호역 부근에서 전달했고, 이후 같은 장소에서 5,000만원을 추가로 건넸다"고 주장하는 등 당시 상황을 자세히 묘사했다.
이 회장은 또 신세계백화점에서 구입한 명품시계 4개도 검찰 로비 명목으로 문씨에게 건넸다고 밝혔다. 그는 오메가, 까르띠에 등 1,000만원 안팎의 시계가 L씨와 J씨, 그리고 박씨와 문씨에게 전달됐다고 주장하면서 시계 모양을 비망록에 그려놓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추석 때에는 문씨가 청와대와 검찰에 인사해야 한다고 해서 2,000만원 상당의 상품권도 건넸다고 비망록에 적었으며, 사업가 김씨가 L씨와 친한 대학교수를 보내 L씨에게 룸살롱 접대를 하며 구명 로비를 시도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하지만 이 회장이 직접 검찰 간부를 만나 돈을 건넨 것이 아니라 문씨 등을 통해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금품이 건너갔는지는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비망록에 적시된 인사들도 대부분 "이 회장을 잘 모른다"거나 "한두 번 만난 적은 있지만 구명 로비 등은 없었다"며 금품 수수 의혹을 일축했다.
검찰 수사로 이어질지도 불투명하다. 검찰 관계자는 "비망록 내용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가 있으면 살펴볼 수 있겠지만, 비망록 자체만으로 수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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