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지역 치안을 담당할 가칭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신설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그동안 수 차례 무산됐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올해는 어느 때보다 국회의원들의 의지가 강해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기북부의 염원인 '지방경찰청 독립'은 실현될 수 있을까.
드디어 때가 왔다
28일 국회에 따르면 이달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한나라당 주광덕(경기 구리시) 의원이 올해 1월 대표발의한 경찰법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고초려 끝에 이뤄낸 결실이다.
경찰법 개정안은 올해 4월과 6월 논의됐지만 행정안전부의 반대로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행안부는 2013년 6월까지 지방행정체제가 개편되고, 자치경찰제 도입 등이 논의돼 현 시점에서 경찰 직제 개편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주 의원의 경찰법 일부 개정안은 현재 시도별로 하나씩인 지방경찰청을 인구ㆍ행정구역ㆍ면적 등의 조건을 고려해 두 곳 이상 둘 수 있다는 게 골자다. 표면상으로는 전국 시도를 포괄하지만 치안 수요를 따져봤을 때 내용적으로는 경기북부를 위한 법안이다. 개정안이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논의된 뒤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경기북부경찰청 신설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치안 수요 넘치는 경기북부
지난해 말 기준 경기북부 치안 수요는 이미 서울 경기남부 부산 경남에 이어 전국 시도 중 5위권이다. 관할인구가 300만명을 돌파했고, 112신고도 연간 45만건 이상 접수되고 있다. 경찰관 1인당 담당인구도 712명으로 다른 지방경찰청들을 뛰어 넘었다. 여기에 남북분단 상황에서 접경지역 보안 업무가 강조되고, 늘어나는 미군 범죄에 대한 대응 등 독자적인 치안서비스가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경기경찰청이 수원시에 있어 경기북부 경찰들은 사건 별로 의정부시의 경기경찰청 2청과 수원시의 경기경찰청에 두 번 보고하고, 검찰에서는 의정부지검의 지휘를 받는 비효율적인 구조다. 이철규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이달 초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치안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북부경찰청 독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존하는 회의론
분위기는 무르익었지만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많다.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도 당장 북부경찰청이 신설되는 것은 아니다. 국무회의를 거쳐야 하고 관련부처 협의, 예산 및 인력확보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경찰 내부에서는 고위직 자리가 늘어나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행안부가 반대하는 이상 행안부 소속인 경찰은 전면에 나설 수 없는 입장이다. 경찰청이 경기북부경찰청 신설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기 남북 분도(分道)에 반대하는 경기도의 입장도 변수다. 도는 경기북부경찰청 신설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지방에서 '치안행정도 수도권에만 집중된다'는 여론이 생길 소지도 있다.
최근 터진 대형 이슈들은 불안 요소다. 경찰 내부적으로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란 벽에 부딪혀 다른 사안을 살필 여력이 부족하고, 한ㆍ미FTA 기습 타결로 인한 국회 공전이 예상돼 개정안 통과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북부경찰청 신설에 대한 여론은 달아올랐지만 여러 조건을 감안하면 올해도 어려울 수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공존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