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전자제품 판매업체인 하이마트 경영권을 놓고 양보 없는 대결을 벌이고 있는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최대주주)과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2대 주주)은 모두 재계에선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그만큼 닮은 점도 많다는 평가인데, 어쩌면 2007년 유진그룹이 하이마트를 인수할 때부터 두 사람의 갈등은 잉태되고 있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유 회장은 오너 2세지만, 회사를 창업에 가까울 만큼 키웠다. 유재필 창업주의 장남인 유 회장은 영양제과가 모체였던 유진그룹을 1984년 레미콘과 시멘트 등 건설소재 전문그룹으로 탈바꿈시켰다. 유 회장은 특히 인수합병(M&A)의 귀재로 통하는데, 2004년 유진기업보다 규모가 더 큰 고려시멘트를 인수한 것을 비롯해 서울증권(현 유진투자증권), 로젠택배 등을 잇따라 인수했고 마침내 하이마트까지 거머쥐게 됐다. 실패로 돌아갔지만,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경합하기도 했다.
선 회장은 본래 '대우맨'이었다. 1998년 대우그룹이 공중분해될 때 대우전자 판매총괄본부장이던 그는 대우전자 국내영업부문과 국내 총판이었던 한국신용유통을 통합, 회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하이마트는 이후 국내 최대의 가전유통업체로 승승장구했다. '하이마트로 가요'라는 CM송으로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가전제품 판매처로 자리잡았다. 현재 하이마트의 국내 점포는 340개이며,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매출 3조를 돌파했다. 업계에선 "선 회장이야말로 대단한 경영수완을 지닌 인물"이라고 평하고 있다.
유진그룹이 하이마트를 인수한 건 지난 2007년. 유진은 GS그룹을 제치고 하이마트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대신 유진은 하이마트를 인수한 뒤 선 회장에게 경영권을 맡겨왔다.
그러나 유 회장과 선 회장의 동거는 오래갈 수 없었다. 선 회장은 하이마트 내에서 CEO 이상의 존재이고, 유 회장은 엄연한 최대주주인 만큼 양자의 관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불편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유진그룹은 그룹 내에서 가장 돈이 되는 사업인 하이마트 쪽으로 점점 더 눈을 돌리게 됐다. 마침내 유 회장이 선 회장과 함께 하이마트 공동대표로 선임되자 선 회장 쪽에서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 유 회장측은 이에 30일 주총에서 선 회장을 사실상 대표이사에서 경질한다는 초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상태다.
양측은 현재 "인수 당시 최소한 7년간 경영권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유진이 깨뜨렸다"(선 회장측) "그런 약속은 한 적도 없다"(유 회장측)며 진실공방까지 벌이고 있다. 유진 측에선 "선 회장이 경영을 하는 동안 CF 등을 자신의 딸이 운영하는 회사에 몰아 줬다"는 일감몰아주기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현재 일정대로라면 양측은 30일 주총에서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유 회장 측 지분은 32.4%, 선 회장 측 지분은 27.6%로 유 회장 측이 우세한 구도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경영권 분쟁에 따른 기업가치 하락은 피할 수 없어, 양측은 현재 기관투자자 중재로 대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막판 타협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 회장측을 지지했던 하이마트 임직원들도 이날 대치동 본사 정면에 내 걸었던 유진그룹 비난 대형현수막과 전국 매장에 부착한 포스터 등을 모두 철거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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