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CO2)를 비롯한 온실가스 감축이 전 지구의 미래 운명이 걸린 과제로 떠오른 지는 오래다.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에 따른 1차 공약기간(2008~2012년) 의무당사국에 선정된 '환경 선진국'들은 이미 1990년 배출량 대비 평균 5.2%의 감축 노력에 들어가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반면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면서도 유독 이 분야에서는 개도국임을 내세워 온 한국의 감축 노력은 그만큼 더디다. 당장 국민 건강에 직접적 위협이 되지 않는 데다 수반하는 비용부담을 회피하려는 인식이 주된 배경이었다.
■ 그런 인식도 한계를 맞았다. 온실가스를 2020년 배출 전망치(BAE) 대비 30% 감축한다는 국제공약을 뒷받침할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정비와 그에 따른 부문ㆍ연도별 감축목표가 확정돼 내년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산업체는 매년 할당된 온실가스 및 에너지 감축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목표관리제는 유효한 제재수단이 없어 기업의 자발적 노력을 끌어내기는 어려웠다. 그 보완책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다. 배출권의 시장 거래로 잉여 배출권 판매 수익을 보장하는 한편 매입자에게는 초과 배출의 길을 열어준다.
■ 시장기능에 의존한 배출권 거래제가 온실가스 감축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는 유럽연합(EU)을 비롯한 도입 선진국의 사례로 어느 정도 실증됐다. 온실가스 후진국인 중국조차 2013년부터 베이징을 비롯한 6개 지역에서 시범 실시하고 2015년에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런 국제적 추세에 비해 2015년 시행을 목표로 한 한국의 배출권 거래제는 걸음마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올 들어 정부안 입법예고가 이뤄졌고, 업계와의 협의 등을 거친 정부 최종안인 '배출권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안)'은 4월에야 국회에 제출됐다.
■ 출발은 늦었어도 지각을 많이 줄일 수는 있었다. 적어도 8월에 국회가 '기후변화 대응ㆍ녹색성장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이후로는 조속한 법안 처리 기대가 커졌다. 산업계 일각의 소극적 자세가 반영될 개연성을 빼고는 특별히 법안 심의를 가로막을 정치논리 싸움이 없어 이번 정기국회에서의 처리를 낙관할 만했다. 그런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일방처리에 따른 정치혼란의 소용돌이로 순식간에 전망이 흐려졌다. 내년의 정치일정으로 보아 여야 모두 득표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래제 법안의 심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원 포인트 입법'이라도 주문하고 싶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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