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재전송 대가 산정을 둘러싼 지상파TV 3사와 케이블 SO들간 다툼이 결국 770만 가구의 시청 피해로 귀결됐다. '케이블 대란'을 야기한 양측은 물론, 수년째 이어온 양측의 갈등을 적극적으로 중재하지 못한 방송통신위원회에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은 지상파와의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28일 오후 2시부터 SBS, MBC, KBS2 등 3개 채널의 디지털 HD방송(8VSB 신호) 재송신 송출을 중단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이날 방송 중단에 따른 피해 가구는 770만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디지털 케이블TV에 가입한 400만 가구 중 HD(고화질) 가입자 270만 가구는 HD보다 화질이 떨어지는 표준화질(SD)로 지상파 방송을 봐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또 전체 1,100만 가구인 아날로그 가입자 중 디지털TV 수상기를 보유한 500만 가구도 지상파를 보려면 번호를 바꿔야 하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 기존 지상파 채널에는 검은 화면에 '방송사의 요청으로 전송이 중단되고 있습니다'라는 자막만 전송되고 있다.
양측은 막판 협상에서 지상파가 SO측에 재송신 송출 대가로 요구해온 가입자당 요금(CPS) 280원을 100원 가량으로 낮추는데 구두 합의했으나, 인하 대상의 범위를 놓고 다시 이견이 생긴데다 지상파 방송사 내부에서 반발이 일어 최종 합의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 타결 전망이 불투명한 데다, SO측이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내달 1일부터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 재전송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피해 확산이 우려된다.
방통위는 우려했던 방송 중단 사태가 현실화하자 양측에 모두 시정명령을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는 "30일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지상파 방송사와 SO의 시청자 이익 저해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추진할 계획이며 협상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적극 중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 양측의 갈등이 법정 싸움으로 번진 상황에서도 소극적으로 대처하다 뒤늦게 나선 방통위의 압박이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올 봄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에서도 SBS가 48일간 HD 방송을 중단한 전례가 있지만, 당시 피해 가구는 이번 사태 피해자보다 훨씬 적은 48만 가구였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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