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희한하다.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지 1주일이 지났는데도 그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고 있으니, 대한민국은 정말 희한한 나라다. 보통사람들은 교통신호만 어겨도 어김없이 과태료 고지서를 받아야 하는 이 나라에서 국회의원이나 국회는 그 어떤 행동을 해도 용인되는 치외법권의 존재라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더욱 희한한 일은 최루탄을 터뜨린 김 의원은 영웅이 된 듯 행동하고 국회의장, 국회 사무처, 한나라당, 검찰은 이 문제를 거론하기 꺼려하며 눈치만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국회 윤리위조차 열리지 않고 있다.
정치적 행간을 읽는다면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 처리로 정국이 잔뜩 꼬여 있는 지금, 국회의장이나 한나라당이 고소ㆍ고발에 앞장섰다가는 국회 정상화는 물 건너가고 새해 예산안이나 민생법안 처리도 어려워질 것이다. 정국 복원을 위해 민주당과 막후 협상을 벌여야 하는데 아예 시작도 못할 수 있을 것이다. 검찰도 적극적인 수사가 점차 과격해지는 한미FTA 반대시위를 더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모양이다. 이런 정치적 고려 때문에 국회나 검찰 모두 여론의 추이를 보며 눈동자만 굴리는 형국이다.
그러나 정치적 고려를 할 사안이 있고, 그렇지 말아야 할 사안이 있다.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것은 법치, 대의제 민주주의, 상식을 무시하는 행위로 정치적 고려를 할 대상이 아니다. 지금 어물쩍 넘어간다면 더욱 비상식적이고 폭력적인 행위가 나타날 수 있으며 급기야 국회에서 테러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 의원 처벌을 마치 한미 FTA 찬성이나 이명박 정부 지지로 동일시하며 비난한다. 그러나 24일자 사설에서 지적했듯이 한미 FTA 찬반과 김 의원의 최루탄 폭거는 전혀 차원이 다른 별개 사안이다. 가정이지만 만약 진보정권이 집권해 어떤 정책을 추진하는데 극우파 의원이 가스총이나 사제 폭발물을 터뜨린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는 여야가 정반대의 논리로 국민 앞에서 싸울 것인가. 한심한 국회, 한심한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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