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활동과 지역구 관리로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라고 말하는 국회의원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9월 이후 여의도 국회는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로 북적이고 있다. 도대체 의원들은 바쁜 일정 중에 어떻게 책을 쓰는 것일까. 의원들이 직접 글을 쓰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대필작가나 보좌진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의원의 출판 계획이 세워지면 보좌진은 출판사와 대필작가 섭외 작업에 들어간다. 대필작가는 보좌진이 수집한 의원 관련 자료를 넘겨받은 뒤 국회의원과 만나 수 차례 구술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를 녹취한다. 인터뷰는 대개 보름 이상 진행되는데, 국회와 집을 오가는 승용차 안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대필작가는 의원과 함께 식사하거나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보좌진은 의원의 어린 시절이나 가족사를 정리하거나 국회 발언록 등을 챙기는 역할을 맡는다. 이를 바탕으로 대필작가가 쓴 초벌 원고를 의원이 일독한다. 이어 의원이 대필작가와 협의해 수 차례 원고 수정 작업을 해서 책을 출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책 제목이나 표지 디자인에만 신경을 쓰는 의원들도 일부 있다고 한다.
모든 의원들이 대필작가에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대변인 출신으로 최근 출판기념회를 가진 한 의원은 "지난해 언론에 기고한 글을 정리하고 40여 편의 에세이를 새로 쓰는 데 꼬박 3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의원들이 출판기념회 장소로 국회 의원회관이나 국회 헌정기념관, 국회도서관 등은 주로 택하는 것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데다 당 지도부를 어렵지 않게 초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9월부터 연말까지 국회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했거나 개최할 예정인 의원은 90여명에 육박한다. 주말을 제외하면 매일 국회에서 1, 2건씩 출판기념회가 열리는 셈이다. 9월에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어서 피감기관 임원들이 많이 참석한다. 또 예산 심사가 진행되는 11월 이후에는 예산 확보가 절실한 소관 부처와 기관의 간부들이 많이 나타난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 등 여의도 주변에서 개최하는 출판기념회는 상임위 관할 기관을 대상으로 책 판매 수입을 노린 경우가 많고, 지역구에서 개최하는 출판기념회는 총선을 앞두고 세 과시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고위공직자 출신 정치 지망생들의 출판기념회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대구 중ㆍ남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은 24일 대구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전남 담양ㆍ곡성ㆍ구례 지역구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이개호 전 전남 행정부지사는 26일 담양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도 내달 10일 자신의 고향인 경주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질 예정이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