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광교신도시 울트라건설의 참누리아파트 입주를 앞둔 김모(45)씨는 화병이 날 지경이다. 먼저 전화를 걸어온 한 디자인 업체에 올 6월 20일 인테리어를 맡겼지만 공사는 시늉만 내다 중단된 채 집안에는 쓰레기만 잔뜩 쌓여 있다. 총 공사비 1,500만원 중 계약금으로 300만원을 줬고 "자재를 사야 한다"고 해 중도금으로 또 900만원을 지급했지만 이제는 업체와 연락도 되지 않는다. 내달 13일까지 살던 전셋집에서 나와야 하는 상황인데도 아파트가 난장판이라 입주는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김씨는 "직장 생활 20년 만에 만든 내 집 마련의 꿈이 인테리어 때문에 산산조각났다"며 "애들이 3명이나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경기도가 명품신도시로 조성한 광교신도시의 첫 분양 아파트에서 인테리어 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입주예정자가 10여 가구에, 납품대금을 받지 못한 자재업체들까지 나타나고 있어 피해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27일 참누리아파트 인테리어 피해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해당 업체는 미문디자인과 극동건업이라는 상호로 올해 9월 말 사용검사(준공) 전부터 영업을 벌여 약 60가구의 공사를 따냈다. 이중 계약금액이 큰 10여 가구의 실내 공사를 끝내지 않은 채 업체는 잠적했다. 납품대금을 받지 못한 자재업체들이 이미 시공된 씽크대나 방문 등을 떼어가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올 7월 계약을 맺고 3,200만원을 지급한 장모(39)씨의 집은 씽크대만 설치됐을 뿐 벽, 마루, 화장실, 전기 등 나머지 공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생애 첫 집을 마련한 박모(52)씨는 살던 집 전세계약이 만료돼 어쩔 수 없이 자비를 들여 대충 정리를 하고 임시로 입주한 상태다.
대부분 피해자들은 공사비의 절반을 인테리어 업체가 부담하는 대신 인테리어를 공개하는 '보여주는 집'으로 계약을 맺었고, 자재를 사야 한다는 요청에 공사비의 80%를 선지급했다. 이들은 준공 전 업체가 영업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준 울트라건설에도 항의했지만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우리는 모른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한 입주민은 "원칙적으로 준공 전에는 인테리어 공사를 할 수 없는데 건설사의 비호 없이는 영업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휴대전화 번호 등 입주자 정보를 입수한 경로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사기 혐의 등으로 이 업체를 고소할 예정이다.
해당 업체 사장은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관할 행정기관인 수원시 관계자는 "인테리어 업체와의 일이라 행정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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