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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명암분석] (4.끝) 서비스

입력
2011.11.2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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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될 경우 서비스 분야는 농축산업, 제약분야 못지 않게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한미간에 시장규모와 경쟁력의 차이가 너무 커서 3~5년의 유예기간이 있는 업종이라도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미 FTA로 사실상 전면개방 수순에 들어가게 될 서비스 분야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체결된 FTA 가운데 유례가 없을 정도로 범위와 폭이 매우 넓다. 법률ㆍ회계ㆍ세무ㆍ컨설팅 등 비즈니스 분야는 물론 전기ㆍ가스ㆍ철도ㆍ상하수도 등 공공서비스, 금융과 교육분야, 연금과 사회보장, 방송ㆍ콘텐츠, 지적재산권 등 상품을 제외한 전 영역이 해당된다.

2006년 한미 FTA 협상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세계에서 서비스업이 가장 강한 미국과 경쟁해서 경쟁력을 갖추면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조업은 곧 중국에게 추격당할 수 있고, 농업만으로는 먹고 살 수 없는 상황에서 미래의 먹거리를 서비스분야에서 찾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미국과의 서비스분야 경쟁이 가능할 지에 의문을 표한다. 법률시장만 해도 미국 내 최대 로펌 한 곳의 연 매출이 국내시장 전체 규모를 능가한다. 한 중견 법무법인의 대표는 "미국 로펌이 국내 변호사를 고용하기까지는 5년이 걸린다지만 수백~수천명의 변호사를 보유한 로펌들의 국내시장 진입만으로도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당장 내년부터 80%가 넘는 개인변호사 사무실을 시작으로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류열풍이 거세다지만 방송ㆍ콘텐츠분야 종사자들의 불안감도 크긴 마찬가지다. 미국 방송사업자들이 국내 법인의 경영권을 확보한 후 채널사용사업자(PP)의 지분을 100% 획득하는 식으로 보도 및 종편채널, 홈쇼핑을 제외한 모든 PP를 소유할 수 있기 때문. 자체제작 비중이 크지 않은 중소PP와 독립제작사들이 월트디즈니나 타임워너 등의 화려하고 자극적인 콘텐츠와 경쟁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지금껏 사회적 약자들에겐 다소 멀기만 했던 법률ㆍ회계 등의 서비스 질이 향상될 수 있고, 시청자 입장에선 다양한 콘텐츠를 안방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국내 법률시장과 문화콘텐츠 시장의 기반이 뿌리채 흔들릴 수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박병호 카이스트 미디어경영대학원 교수가 "방송콘텐츠의 경우 캐릭터산업은 물론 문화에 미치는 파급력이 막대하기 때문에 시장논리만으로 접근해선 곤란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서비스분야는 협정이 발효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공방거리가 될 소지가 크다. 이른바 '독소조항'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조항들 대다수가 직ㆍ간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일단 개방하고 나면 문제점이 발견돼도 되돌릴 수 없도록 한 역진방조 조항, 미래에 생겨날 서비스분야는 무조건 개방 대상이 되도록 한 네거티브(negative) 리스트 적용, 미측 사업자가 국내에 사업장을 설립하지 않아도 영업이 가능토록 해 국내법상 제재가 거의 불가능하게 된 서비스 비설립권 인정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의 공공서비스 정책이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경우 직접적협정위반이 아니라 하더라도 제소되거나,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등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이 연방제 국가여서 개별 주(州)정부에는 FTA에 따른 우리측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는 문제도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협상 당사자인 미국은 "5,800억달러에 달하는 한국의 서비스 시장이 개방돼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론 커크 무역대표부(USTR) 대표)고 했고, 제3자인 일본에서조차 "오바마 미 대통령이 7만명 고용 증가를 외친 것은 결국 한국의 고용을 7만명 빼앗았다는 얘기"(경제주간지 )라는 촌평이 나온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 "보리 가격 15년 후엔 73.7% 폭락"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값싼 미국산 농산물이 밀려오기 시작하면 국내 농산물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농산물도 품목별로 관세철폐 일정과 부가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5~10년 후 가격 하락폭 역시 제각각이 될 전망이다. 농가마다 받을 충격도 그만큼 차이가 난다는 얘기다.

27일 농촌경제연구원(이하 농경연)이 분석한 국내 주요 농산물의 가격하락 전망을 보면, 앞으로 5~15년에 걸쳐 하락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은 보리류다. 겉보리는 현재 가격에 비해 5년 후 16.8%, 10년 후 45.2%, 15년 후에는 73.7%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쌀보리와 맥주보리도 15년 후 각각 35.2%와 57.7% 폭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산 보리는 내년으로 예정된 정부의 보리수매제도 완전 폐지 등의 영향으로 매년 재배면적이 급감하는 추세다. 여기에 그나마 가격경쟁력을 유지해 주던 300~500%대 고율 관세가 한미 FTA로 향후 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없어지고 매년 무관세 의무수입 물량마저 늘어나면서 가격 하락충격이 클 품목으로 꼽힌 것이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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