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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 비상/ (상) 발등에 불 떨어진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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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 비상/ (상) 발등에 불 떨어진 한국

입력
2011.11.2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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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7번째 배출국… 내년 개도국 혜택 '종료'

28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개막하는 제1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개막을 맞아 온실가스(90% 이상이 이산화탄소) 감축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교토의정서 1차 의무이행기간이 끝나는 2012년을 앞두고 개도국으로 대우받아 자율적 감축의무만 졌던 우리나라에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05년까지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증가율은 98%. 15년 간 두 배 가까이 늘어 중국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증가율이 높았다. 절대량으로도 지난해 우리나라가 배출한 온실가스는 5억9,000만톤으로 세계 7번째로 많았다. 온실가스 감축은 발등의 불로 떨어졌지만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목표를 이행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기업들의 반발에 밀려 갈팡질팡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정책, 자구책 마련에 나선 기업들의 모습을 점검해 본다.

2008년 9월 국무총리실 관계자가 밝힌 정부의 '기후변화대응 계획'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 해 8ㆍ15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역설하자 당시 정부가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계획은 거창했다. 가장 강력한 규제수단으로 꼽히는 탄소세는 석유ㆍ석탄ㆍ가솔린 등 화석연료의 사용량에 따라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 정부정책은 후퇴를 거듭했다. 그 해 연말 확정한 정부안에서는 탄소세 도입이 슬그머니 빠졌고 대신 연간 2만5,000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들에게 매년 감축량을 보고하도록 하는 '온실가스 목표관리제'와 온실가스 할당량의 달성여부에 따라 배출권을 사고 팔 수 있는 '탄소배출권거래제' 도입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조차 산업계와 지식경제부 등의 반발에 밀려 뒷걸음쳤다. 내년 시작되는 목표관리제는 과태료가 최고 1,000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설비도입에 수억원씩 투자하는 기업에 이 정도의 과태료가 실효성 있는 압박수단이 될지 회의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근 환경부가 국회에 제출한 배출권거래제 법안도 지난해 입법예고했던 원안보다 크게 후퇴했다. 원안은 정부가 기업별로 온실가스 감축할당량을 정하게 돼있었으나 기업에 할당량 변경을 요청할 권리를 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배출권의 90% 이상을 무상으로 할당하겠다는 계획도 95% 이상 할당으로 물러섰다. 특히 애초 2013년부터 도입하려고 했던 배출권거래제 도입시기가 2년 늦춰진 것은 기업들에게 "정부를 압박하면 온실가스감축정책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실효성 있는 정책대안들이 점점 배제되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부는 이 문제를 단순한 환경정책이 아닌 핵심 경제정책으로 인식해 이해관계자들을 강력히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검증된 배출권거래제가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현재 국가단위에서 배출권거래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유럽연합(EU), 노르웨이, 스위스 등 32개국에 이른다. 하지만 산업계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5일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앞두고 국내 주요 철강ㆍ석유화학ㆍ전자업체의 대표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으나 대부분 불참, 사실상 보이콧했다. 중국, 미국, 일본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큰 국가들이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지 않다고 있다는 점, 부담은 우리가 지고 혜택은 경쟁국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 산업계의 논리다.

아직까지는 온실가스감축방법을 놓고 선진국들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갑자기 '온실가스 무역전쟁'이 시작되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입을 타격은 더욱 크다. 제도 도입을 미룰수록 지불해야할 비용은 오히려 증가한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오존층파괴물질인 프레온가스, 할론 등을 규제하는 몬트리올의정서(1989년 체결)의 경우 미국은 논의 초기 이를 거부했지만 내부적으로 대체물질 연구에 집중투자, 의정서 체결 후 큰 이득을 보았다.

김용건 한국환경정책ㆍ평가연구원 환경전략연구본부실장은 "국제협상을 곁눈질하며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미적거려서는 안된다"며 "체질개선이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필요성을 기업들이 자각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용신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물건을 팔 때는 유럽 등 선진국에 견주게 됐다고 자랑하면서 규제방안을 도입할 때는 우리보다 뒤떨어진 국가의 제도를 거론하는 기업들의 행태는 이율배반"이라며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요구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 "교토체제 폐기를" "선진국과 차별을"

선진국들에게는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지우고 개도국에는 자율적인 감축을 제안한 '교토의정서' 1차 의무이행기간이 2012년 끝나고 2차 의무이행기간(2013~2020년)이 시작됨에 따라 '포스트 2012'체제에 대한 선진국과 개도국들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28일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리는 제1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선진국들은 '교토체제'를 폐기하고 선진국과 후진국의 단일한 온실가스감축규범 체제를 구축할 것을 주장할 전망이다. 반면 개도국들은 선진국과 개도국의 감축방법이 차별화된 '투 트랙 체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반론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 사이에도 교토체제의 즉시 폐기(일본), 2015년 이후 폐기(호주, 노르웨이) 등 입장차가 있지만 어떤 경우든 우리나라는 새 체제에서는 선진국 수준의 감축의무를 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교토체제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우리나라와 멕시코만 감축의무가 없었지만, 지난해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속도가 세계 3위에 달할 정도로 감축노력이 지지부진하다. 선진국과 후진국 모두 우리나라 같은 '주요배출국'은 감축의무를 져야한다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는 2020년까지는 교토체제를 유지하고 그 이후 선진국들이 주장하는 '원 트랙 체제' 구축 논의에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 총회에서는 내년 11월로 예정된 제18차 총회의 개최국이 결정된다. '성공적 녹색성장국가'를 내세우는 우리나라와 '산유국중 최초'를 강조하는 카타르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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