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북부 지역의 미군 공여지를 개발해 경기 남ㆍ북간 경제 격차를 줄이려던 꿈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국방부가 요구하는 땅값이 너무 높아 대학 캠퍼스 입주계획 등이 줄줄이 무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경기도 북부청사에 따르면 북부지역의 반환대상 주한미군 기지 29곳(145㎢)의 당초 개발계획이 잇따라 실패하거나 무산ㆍ변경되고 있다. 29개 반환대상 가운데 현재 21곳이 반환됐으며 8곳은 반환 절차가 진행 중이다.
파주시는 최근 캠프 에드워드ㆍ자이언트ㆍ게이오웬ㆍ스탠톤 등 4개 기지에 대해 활용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기존의 계획을 백지화하고 처음부터 다시 계획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캠프 에드워드(97만2,292㎡)는 높은 토지매입비용 등으로 인해 이화여대 유치 계획이 물거품이 됐고 캠프 자이언트(20만5,654㎡)도 서강대가 입주를 포기했다. 현재 교육연구시설 건립을 위해 민자유치를 추진 중이지만 높은 부지매입비(900억원) 때문에 민자유치에 애를 먹고 있다. 캠프 스텐톤(97만3,467㎡)도 2009년 2월 발전종합계획을 확정했지만 과도한 토지값(1,200억원)으로 국민대가 사업을 포기했고, 이후 민간 사업자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캠프하우스(61만3,906㎡)는 역사문화 테마공원으로 개발할 예정이지만 파주시가 토지매입비 70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지지부진한 상태다.
의정부시 캠프 에세이욘(22만1,000㎡)에도 경기도제2교육청과 도서관, 공원 등이 들어설 예정이지만 경기 침체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에세이욘의 경우 2009년 세웠던 개발계획을 올해 3월 변경하면서까지 을지대학교와 부속병원 건립에 힘을 쏟고 있다. 캠프 라과디아(15만3,000㎡)에 건설할 남-북간 도로도 열악한 시 재정 때문에 추진에 애를 먹고 있고 캠프 카일ㆍ시어즈(25만6,079㎡)에 들어설 광역행정타운 건립 계획은 경기경찰청2청,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 출장소 등 2곳 외에 들어설 기관이 미확정된 상태다.
미군 반환 공여지 개발은 2006년 3월 제정된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추진돼 왔다. 대부분의 캠프들이 반환된 것은 2007년 4~5월이다. 하지만 5년이 다 되도록 개발 계획이 지지부진한 것은 국방부가 비싼 땅값을 요구해 더 이상 계획을 진행하기 어려운데다 전반적인 경제침체와 기반시설 부족으로 민간자본 유치가 번번이 실패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도 관계자는 "각 캠프에 대한 개발계획조차 세우기 어려운 상태"라며 "이 토지들에 대한 기회비용 상실효과까지 감안하면 당초 공여지 개발 목적인 경기 남북간 경제격차 해소는 이루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