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향상을 압박하며 체벌을 가했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살해한 고3 학생의 범죄를 두고 교육의 세 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사들은 한목소리로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사건"이라고 말했다. 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신을 8개월 동안 방치한 패륜 행위라는 지적은 일치했지만 "경쟁적 수능제도로 인한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학교와 가정이 감싸줘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중3, 고2 자녀가 있다는 주부 이모(46)씨는 25일 "뉴스를 보면서 충격이 컸다. 아이가 받았을 스트레스, 어머니의 성적 상승에 대한 지나친 관심 등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결국 한국 사회의 입시지옥 경쟁이 부른 참극"이라고 말했다.
범인 지모(19)군과 같은 고3 수험생들은 패륜 행위를 비판하면서도 지군의 상황을 일면 이해한다는 시각이 많았다. 대전 중구에 사는 고3 수험생 김모(18)군은 "부모가 자식의 소질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 입장에서만 공부를 강요했다면 그 학생 입장에서 얼마나 괴로웠겠느냐. 있어서는 안 될 범죄였지만, 대한민국은 부모가 너무 몰아치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교사들은 성적 지상주의를 지양하고 인격체 완성에 교육의 목표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사 채모(28)씨는 "명문대 입학과 1등만을 강요하는 부모와 사회의 잘못된 인식이 빚어낸 비극이라 안타깝다. 자녀를 목표 달성의 수단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완성된 인격체로 키워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대전 B고 정모(51) 교사는 "가족해체 상황, 물질만능 성적 지상주의 사회, 생명에 대한 존중감 없이 컴퓨터게임 하듯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의식이 비극을 불렀다"며 "큰 틀에서 학부모 교육을 재점검하고 사회나 정부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용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부모들은 공부를 닦달하면서도 '너를 위해 하는 거다. 젊어 고생은 사서 한다. 지금은 싫겠지만 나중엔 고마워할 거다'라며 '고진감래형 문화'를 강조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하고 싶어서 하고 좋아하는 것을,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행복교육관으로 변화해야 스트레스형 문화가 바뀐다"고 조언했다.
김원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이들의 베이스캠프인 가정이라는 심리적 기반이 무너지지 않도록 사회가 도와야 한다"며 "성인보다 통제력이 약한 청소년들의 폐쇄적 인간관계, 공격성이 배가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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