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대회에 나가면 상금을 타도 손해다."
남자 테니스 세계랭킹 2위 라파엘 나달(스페인)은 내년 6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윔블던 대회에 불참하기로 최근 결심했다.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윔블던 대신 독일 할레에서 열리는 소규모 대회를 선택했다. 클레이(점토) 코트의 달인 나달이 잔디 코트인 윔블던에서 우승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영국의 높은 세금 때문이다.
24일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국세청(HMRC)이 외국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 소득에 부과한 세금총액이 6,800만파운드(1,221억원)에 달했다. 2009년 5,600만파운드보다 21.4% 증가한 것이다.
영국 세무당국이 스포츠 경기에서 매년 더 많은 세금을 떼면서 나달처럼 영국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선수들이 늘고 있다. 남자 육상 단거리의 절대지존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는 지난해 런던에서 열린 아비바 그랑프리에 불참했고 스페인 골프영웅 세르히오 가르시아는 브리티시 오픈 출전을 꺼리고 있다.
그들의 불참 역시 세금 때문이었다. 영국은 소득세 최고세율(50%) 자체가 높을뿐더러, 경기 출전 수당과 기업으로부터 받는 후원금 모두에 세금을 물린다. 영국에서 경기를 많이 할수록 적용 세율도 높아지는데 가령 나달은 내년 윔블던에 불참할 경우 세율을 5% 포인트 낮출 수 있다.
세금 문제로 유명 스포츠 스타들에게 기피 지역 취급을 받다 보니, 영국이 더 이상의 유명 국제경기를 유치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테니스 남자단식 세계랭킹 1~8위 선수들이 모여 토너먼트 경기를 하는 ATP 월드투어 파이널 대회의 경우, 지금은 런던에서 경기를 하지만 앞으로는 세율이 낮은 다른 도시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크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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