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군부가 카말 간주리(78) 총리를 공식임명하는 등 유혈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집트의 긴장이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수 만명의 시위대는 25일(현지시간) ‘100만인 집회’를 열고 28일로 예정된 총선 연기와 군부의 즉각 퇴진을 다시 요구했다.
이집트 국영TV는 이집트 군 최고위원회(SCAF)가 24일 간주리 전 총리를 새 총리로 공식임명하고 그에게 모든 권한을 넘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간주리 총리는 에삼 샤파르 총리를 대신해 새 내각을 구성할 예정이다. 호스니 무바라크 통치 시절인 1996~1999년 총리를 지낸 간주리는 미국 유학파로 총리 재임 당시 경제자유화 정책을 도입하고 세계은행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등 성과를 이뤘으며 387개의 법안을 공표해 사회변화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임기간 동안 국가 빈곤율이 21%에서 17%로 떨어져 일부 국민은 그를 가난에서 구제한 총리라고 불렀다. 그는 총리에서 물러난 후 11년간 정치활동을 하지 않았다. 간주리 총리는 “총선 전에는 새 내각을 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 총리 임명에도 불구하고 수만명의 시위대는 25일 카이로 타흐리르광장 부근에서 금요기도회를 마친 뒤 ‘100만 시민 항의의 마지막 기회’로 부르며 군부의 즉각적인 퇴진과 조속한 권력 이양을 요구하며 시위했다. 이날 시위에는 무바라크 정권 타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노조단체들도 참가했다. 수니파 무슬림의 최고기구인 알 아즈하르의 수장 아흐메드 알 타이예브도 군부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24일에는 미국의 여성 인권운동가 모난 엘타하위(44)가 타흐리르광장 인근 시위 현장에서 경찰에 끌려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시위가 계속되고 정치경제가 취약해지자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이집트의 장기신용등급을 기존 BB-에서 B+로 한 단계 강등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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