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마음을 가진 전문가들이 갈수록 필요해지는 시대 입니다. 봉사의 기쁨을 아는 젊은 지도자들을 길러 내는데 힘쓰겠습니다."
2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8차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총회 자리. 헨리데이비슨상을 받은 함기선(70) 전 대한적십자사 부총재의 수상 소감이자 봉사에 대한 철학은 이랬다. 헨리데이비슨상은 IFRC가 보편적 인도주의를 실천하고 취약계층의 삶을 개선하는데 탁월한 기여를 한 적십자 인사들에게 2년에 한 번씩 수여한다. 적십자 봉사자로선 최고의 영예다.
성형외과 의사인 함 전 부총재는 삶 자체가 봉사였다. 1969년부터 20여 년간 적십자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1,600여 명의 아이들에게 구순구개열 무료 수술을 했다. 구순구개열은 선천성 얼굴 기형으로 임신 4~7주 사이에 입술과 입천장을 만드는 조직이 제대로 붙지 못해 생기는 입술·입천장 갈림증이다. 구순구개열 수술 후 필요한 언어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언어치료사를 양성하는것도 그의 몫이었다. 그는 "70년대쯤 적십자 서울지사 강당에서 6개월간 언어치료를 받은 아이들이 발표를 한 일이 있었다. 아이들이 말을 하는 것을 보고는 부모들과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눈물을 쏟았다"고 회고했다. "그런 감동이 바로 봉사의 매력"이라고 했다.
한서대 설립자이자 총장이기도 한 그는 98년부터 '적십자 국제 장학생 프로그램'을 만들어 10년간 개발도상국 청년 86명을 교육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각국의 적십자사가 추천하는 학생을 한서대 장학생으로 뽑아 이년들이 학부 과정을 마치고 고국에 돌아가 1~2년 정도 봉사하면 다시 대학원에 입학시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그는 또 우리 학생들이 인도네시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등의 농촌에서 과수원을 조성하고 집을 짓거나 양을 분양하는 봉사활동을 하는 데도 힘을 보태고 있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적십자 정신의 핵심은 봉사"라며 "봉사란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남들이 꺼리는 일도 자기 일처럼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나보다 훨씬 더 열심히 봉사한 사람들도 많은데 큰 상을 받게 돼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계속 봉사하라는 뜻으로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2007년 서영훈 전 한적 총재가 이 상을 받은 데 이어 함 전 부총재가 수상함으로써 헨리데이비슨상 제정 이후 처음으로 상을 두 번 받은 나라가 됐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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