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 아니라도 좋다/무라야마 도시오 지음ㆍ권남희 옮김/사월의책 발행ㆍ288쪽ㆍ1만3,500원
국민배우는 무슨 의미일까. 단순히 국민 대부분이 알 만한 나이든 배우에게 붙는 별칭에 불과할까. <청춘이 아니라도 좋다> 의 저자는 '단순히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붙여진 것이 아니다. 상처받고 고된 삶 속에서 항상 자신들과 함께 있어준 배우라는 경의와 공감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그에 합당한 배우로 안성기를 꼽는다. 돌이켜보면 이젠 너무나 쉽고 흔하게 쓰여지는 국민배우 호칭의 원조가 안성기다. 청춘이>
이 책은 근대화와 민주화를 속전속결로 이뤄낸 이 사회와 함께 했던 배우 안성기의 삶을 좇는다. 그의 삶 안에는 한국의 현대사가 녹아있고, 한국인의 고통과 희열이 담겨있다. 안성기의 젊은 시절 대표작 '바람 불어 좋은 날'(1980)의 갈 곳 없는 청춘은 군부독재에 짓눌린 한국인의 초상이다. '고래사냥'으로 탈출구를 찾던 당대 청년들의 심리를 반영했고, '깊고 푸른 밤'을 통해 한국사회 속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그리기도 했다.
일본인이 쓴 한국 유명 배우에 대한 평전이라는 화제성 이상의 의미를 지닌 책이다. 한국 영화 역사의 한 줄기를 훑고, 충무로와 현대사의 관계를 조망한다. 대학시절부터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저자는 한국어 연수를 하던 1980년대 '이장호의 외인구단'을 보고 안성기에게 빠져들었다고 한다. 일본에서 올 초 출간된 책을 옮겼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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