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 치고 갈비 깍두기 오징어 싫어하는 사람 드물다. 뼈째 들고 뜯어먹고, 아삭아삭 깨물어 먹고, 질겅질겅 씹어먹는 맛이 일품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임플란트를 했다면 둘 먹을 거 하나 먹길 권한다. 딱딱하거나 질긴 음식이 임플란트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임플란트는 환자의 90~95%가 10년 동안 계속 쓸 정도로 시술 기법이 좋아졌다. 하지만 이는 신경 써서 관리를 잘 한 경우다. 관리 않고 내버려 두면 비싼 돈 주고 한 임플란트가 되레 골칫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임플란트가 충격에 약한 이유
이가 비교적 건강한 사람도 오징어를 계속 씹으면 살짝 아프거나 얼얼했다가 얼마 안 가 괜찮아지곤 한다. 질기거나 딱딱한 음식을 씹으면 치아에 과도하게 힘이 가해진다. 자연치아는 치근막이라고 불리는 얇은 인대가 감싸고 있다. 치근막은 음식을 씹을 때처럼 외부에서 충격이 오는 것을 감지해 완충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오징어를 오래 씹었을 때 처음엔 이가 얼얼하다 점점 나아지는 게 치근막 덕분이다.
하지만 인공치아인 임플란트에는 치근막이 없다. 그래서 충격 방어 기능이 자연치아보다 떨어진다. 똑같은 세기로 오징어를 씹어도 자연치아보다 임플란트에 충격이 더 많이 가해진다는 소리다. 그래서 쉽게 약해질 수 있다.
임플란트에는 신경도 없다. 자연치아에는 이 하나하나마다 가는 신경이 들어 있어 미세한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임플란트는 자연치아보다 둔감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자신도 모르게 과도하게 사용할 가능성도 커진다. 고대구로병원 치과 신상완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은 특유의 음식문화 때문에 외국인보다 치아 아랫부분이 많이 손상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임플란트 시술 후엔 식사하면서 과도한 힘을 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잘 때 이를 갈거나 평소 이를 악무는 습관도 임플란트에 충격을 주는 원인이다. 혀로 이를 자꾸 밀어내는 습관 역시 임플란트 수명을 단축시킨다.
임플란트 10%에서 염증
임플란트가 계속해서 과도하게 힘을 받으면 조금씩 흔들리게 된다. 임플란트는 크게 잇몸뼈에 박혀 치아 뿌리 역할을 하는 인공 치근과 치아 모양의 덮개, 이 둘을 연결하는 접합부로 구성된다. 세 부분이 나사 형태로 맞물려 단단히 고정돼 있어야 정상이다.
임플란트가 흔들리면 임플란트 구조물과 잇몸 사이에 음식물이 끼어 얇은 막처럼 치태가 생기기 시작한다. 치태가 2, 3개월 지나 단단하게 굳으면 치석이 된다. 치태와 치석이 늘면 임플란트 주변에 염증이 생기면서 잇몸뼈가 녹아 내린다. 이를 임플란트 주위염이라고 부른다. 자연치아에 치은염이나 치주염이 생기는 과정과 비슷하다.
자연치아는 이렇게 염증이 생기면 보통 아프게 마련이다. 그러나 신경이 없는 임플란트는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한다. 그렇게 방치하다 보면 임플란트 주위의 잇몸 색깔이 붉게 변하고 부어 오른다. 양치질 같은 약간의 자극만으로도 잇몸 표면이 터져 피가 나고, 음식을 씹을 때 피 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더 심해지면 임플란트 자체가 옆으로 기울어질 수도 있다. 목동중앙치과병원 변욱 원장은 "임플란트 시술을 한 사람 중 5~10% 정도는 임플란트 주위염이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입냄새도 적신호
임플란트가 헐거워지면 음식물뿐 아니라 세균도 침투하기 쉽다. 임플란트 구조물 틈새에 세균이 들어가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것이다. 갑자기 입냄새가 심해졌다면 임플란트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닌지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임플란트 후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을 만드는 또 다른 요인으로 담배를 빼놓을 수 없다. 흡연이 입 속 온도를 높이고 살균 효과를 갖는 침 분비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담배 속 니코틴과 타르의 끈끈한 점성이 치석을 더 두껍게 쌓이도록 만들기도 한다.
변 원장은 "임플란트를 건강하게 오래 쓰려면 시술 후 6개월에 한번씩은 정기검진을 받아 치석을 제거하고, 헐거워졌는지, 연결 부위가 떨어지지 않았는지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연치아와 마찬가지로 평소 치간칫솔이나 치실로 사이사이를 닦아 치태가 끼지 않도록 관리하는 건 기본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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