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회 부산~서울대역전경주대회(이하 경부역전마라톤)가 27일 오전 10시 부산시청앞 광장에서 출발총성을 울린다. 이번 대회는 6연패를 노리는 충북과 영원한 우승후보 서울, 경기를 비롯한 8개 시도에서 모두 155명(남자 123ㆍ여자 32)의 철각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반백년의 성상을 뛰어넘어 올해로 57년째 쉼 없이 달려온 경부역전마라톤은 명실공히 한국 마라토너들의 등용문이자 육상인들의 사관학교 역할을 담당해왔다. 대표적으로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영조와 보스턴마라톤 챔피언 이봉주가 이 대회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렸고 '족패천하'(足覇天下ㆍ천하를 자신의 발 아래에 두겠다는 의미)의 야심을 키웠다. 김재룡, 김이용에 이어 현역 1인자 지영준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경부역전대회는 한국마라톤에 끊임없이 젊고 더운 피를 공급하는 심장이자 엔진이다. 또 한국마라톤이 국제대회에 도전장을 던지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 무대이기도 하다. 역대 경부역전마라톤 사상 처음으로 16개 소구간을 모두 1위로 골인한 황영조는 "경부역전대회는 2시간여 열리는 단발성이 아니라 매년 11월말부터 12월초까지 1주일간 릴레이로 펼쳐져, 동계훈련 성격이 강하다"며 "스피드와 지구력을 함께 키울 수 있는 유일한 마라톤대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경부역전마라톤은
한국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1955년. 한국일보 창간사주 장기영은 손기정, 서윤복, 함기용, 최윤칠 등 당대 엘리트 마라토너들의 진언을 받아들여 경부역전마라톤대회를 창설했다. 참가선수들이 어깨띠를 주고받으며 국토의 경부 축을 종단하겠다는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역전(驛傳)마라톤이란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장기영의 원래 구상은 통일 역전마라톤대회였다. 그래서 종착지점을 임진각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육상인들은 "휴전선이 무너지는 날 가장 먼저 북녘 땅으로 달려갈 마라톤대회가 경부역전대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도로망이 턱없이 미비하던 시절이라 주요 기차역을 연결해 마라톤 코스를 개척해야 했다. 잘 정비된 코스를 따라 뛰는 대회가 아니라 비포장 길을 달리며 흙먼지를 뒤집어 써야 했고 때론 논두렁 밭두렁 질주도 마다하지 않아야 했다. 그런 거친 환경 속에서 선수들은 마라토너로서의 근성을 키웠던 것이다.
황규훈 대한육상경기연맹 부회장겸 전무이사는 "일본의 20여개 대학팀이 매년 1월 1,2일 이틀간 200여km를 달리는 하코네 역전마라톤대회와 손을 잡고 한일간 국제 역전마라톤대회로 승격시켜야 할 때가 무르익었다"고 말했다. 임상규 마라톤ㆍ경보기술위원장도 "한중일 중에서 한국 남자마라톤만이 유일하게 세계 정상에 선 경험이 있어 일본과 중국이 부러운 눈길로 쳐다본다"며 "북한-중국을 잇는 대륙간 역전대회도 검토할 만 하다"고 강조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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