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연일 파격적인 행보와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대한민국에는 서울시만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서울에 들어오는 돈이 서울시민만의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립서울대의 각종 조치와 더불어 서울시립대의 운영은 전국적인 관점에서 시행돼야 한다. 왜냐하면 그 대학들은 대표적인 엘리트집단이기 때문이다.
반값 등록금 실현의 부적절성
서울시립대는 사설 입시기관에서 상위 10위 안팎으로 분류하는 인기대학으로 그만큼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전국에서 몰려 8,000명 재학생 중 60%이상이 지방학생이라 한다. 서울시립대 등록금을 '반값' 깎아 주기 위해 기존의 서울시 예산 648억원에서 더 늘려 내년에는 830억원을 시립대 예산으로 요청했다는 기사는 박시장이 그 동안 주장해 왔던 '공정'을 실천하는 방식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지금도 서울시립대생은 1인당 평균 137만7,999원의 장학금을 받는다고 한다. 서울시립대에 외부에서 지원되는 '새싹멘터링 장학금' 사례를 보자. '가난의 대물림을 막아보자'는 취지로 2008년에 김선동 전 에쓰오일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미래국제재단에서 5년간 40억원을 시립대에 장학금으로 지원해 매해 40명에게 1인당 800만~1,0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새싹멘토링 장학금은 국립서울대에도 지급된다. 이 장학금이 단순히 가난한 대학생에게 학비를 대주기 때문에 '가난의 대물림'을 막는 것이라면 굳이 본 지면에서 소개하지 않아도 된다. 이 장학금은 사회통합의 큰 철학이 있다고 본다. 장학금을 받는 엘리트 대학생들이 주변의 소외된 어린 후배들에게 주 2~3회씩 교육봉사를 의무적으로 하게 함으로써, 가난해 교육격차가 벌어지는 소외계층 아동은 기초학력을 다질 수 있고, 사회지도층으로 나갈 엘리트 학생들은 어려운 이웃의 삶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돕는 기회가 된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젊은 시절부터 훈련을 통해 획득되는 인성이다.
이것이 요즘 말하는 '따뜻한 자본주의', '자본주의 4.0'을 실천하는 구체적 사례다. 미국의 빌 게이츠도 재단을 만들어 빈민지역 공립학교에 유능한 선생님을 보내서 계층양극화를 막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다. 게이츠는 이렇게 말한다, "가난한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않는 것은 인간의 잠재력을 낭비하는 범죄 행위다." 오바마 대통령도 '시카고 빈민지역에서 3년간 봉사하면서 배운 것이 하버드 로스쿨에서 받은 것보다 더 값진 생애 최고의 교육이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가난하고 기초학력이 낮아 교육봉사가 꼭 필요한 곳이 우리나라 곳곳에 있다. '국립학교'도 있고 '동네학교'도 있다. 국립학교로는 법무부에서 운영하는 소년원이 초중등교육법에 의한 정규 학교로 전국에 10군데가 있다. 그런데 교육부나 지역교육청에서 정규교사를 파견하지 않고 있다. 법무부 공무원들이 공부도 가르치고 행정업무도 보고 24시간 생활지도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동네학교는 빈곤지역에 있는 지역아동센터를 말한다. 인근지역의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 조손, 다문화 등 취약가정 자녀들이 방과후에 급식도 먹고 숙제도 하면서 일나간 부모가 데리러 올 때까지 무상 교육을 받는 민간기관으로 과거에 '달동네 공부방'으로 불리던 곳이다. 이런 곳이 전국에 3,000개이상 있고 어린 학생들이 10만명이상 이용하고 있다.
선별적인 장학 혜택 이뤄져야
박시장께 부탁 드리고 싶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대학생에게 빚을 지우지 않고 졸업시키자는 의견을 본 칼럼에서도 쓴 적이 있다. 하지만 전국의 모든 대학생에게 균등한 혜택을 주지 못하면서, 공부 잘하고 경쟁력을 갖춘 시립대생 8,000명에게만 공적예산 830억원을 '공짜'로 지급해선 안 된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더 소외된 이웃과 나누는 실천의 의무를 요구하고 교육봉사를 실천한 학생에게만 학비지원을 하는 것이 '가르치면서 배우는' 진정한 장학이 아닌가. 그런 방식이 '나비효과'가 되어 전국 대학에 따뜻한 봉사의 바람을 일으키는 합리적 진보다.
이명숙 경기대 교정보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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