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기습 처리를 규탄하는 대규모 도심 집회가 사흘째 열려 18명이 연행됐다. 앞서 정치권과 국가인권위원회, 시민단체는 경찰의 물대포 과잉 진압에 우려를 표시했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민주당 등 야 5당과 함께 24일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한미 FTA 비준 무효화를 요구하는 정당 연설회 형식의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전국농민회총연맹, 민주노총 조합원 등 3,500명(경찰 추산ㆍ주최 측 추산 6,000명)이 참가했다. 경찰은 99개 부대 경력 6,000명을 배치했다.
오후 3시쯤 시작한 이날 집회는 오후 7시50분쯤까지 비교적 질서 있게 진행됐다. 하지만 집회가 끝난 후 참가자 2,000명(경찰 추산·주최 측 추산 3,000명)이 "청와대에 우리 뜻을 전하자"며 폴리스라인을 뚫고 2시간여 도로를 점거하면서 인근 왕복 6차로인 소공로 등의 교통이 일시 마비됐다.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는 60여명이 청와대 방면으로 진입을 시도하다 이 중 17명이 연행됐고, 서울광장 인근에서도 1명이 경찰과 대치하다 연행됐다.
회사원 박재홍(32)씨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없어 거리시위를 통해서라도 농민과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전날 영하의 날씨인데도 경찰이 시위대에 물대포를 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참가자들은 두꺼운 옷과 비옷, 우산 등을 챙겼다. 경찰은 물대포 사용 경고방송을 여러 번 내보냈지만 쏟아지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실제 발사하지는 않았다.
전날 경찰의 물대포 발사에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 조차 우려를 표시하는 등 종일 비난이 빗발쳤다.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트위터를 통해 "한미 FTA가 필요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민심의 한 부분"이라며 "영하의 날씨에 경찰이 물대포를 쏘는 것은 과잉 대응"이라며 자제를 요청했다. 국가인권위원회 홍보대사인 방송인 김미화씨도 이날 인권위원장의 즉각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김씨는 "23일 수많은 시민이 인권위 앞에서 정부 정책에 항의하고 영하의 날씨에 경찰이 물대포를 쏴댈 때 어디에 계셨느냐"며 "현병철 위원장님은 지금 당장 경찰청으로 달려가, 물대포를 맞고 연행된 국민을 위해 항의해야 한다"고 적었다.
인권위는 이날 오후 경찰청 경비과에 물대포 사용 및 과잉 진압 자제를 요청했고, 매일 직원 10여명으로 구성된 '인권위 지킴이단'을 시위 현장에 보내 감시 활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이정현기자 joh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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