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출입문이 닫힌 건물이 구체적으로 어디인가요."
건물의 화재나 정전 등 비상사태 발생시 고층건물에 머무르는 사람들이 위험해진다는 22일자 한국일보 보도가 나가자 한 소방서 관계자가 아침부터 이런 문의를 해왔다. 소방방재법상 화재대비용으로 닫아두기만 해야 할 옥상 문을 잠그는 건물이 많고, 고층건물과 아파트의 경우 정전에 대비한 자가발전기 운영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지적에 대한 반응이었다. 이 관계자는 "직접 관내 고층건물들의 문제점을 현장에서 확인해보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단지에서 승강기 10여 대가 멈춰서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정전으로 전력이 나가면 자동으로 자가발전기 전력에 연결시키는 자동절체스위치(ATS)가 고장 나 있었는데도 수리하지 않았고, 방재당국은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아 생긴 일이었다.
지난 9월 15일 전국적인 정전으로 서울에서만 승강기 700여 대가 멈춰서는 사고가 있었다. 그 직후 소방방재당국은 대책을 마련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자가발전기는 제대로 갖췄는지, 화재 대비 시스템은 있는지 관리 감독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다짐은 말뿐이었다. 정전으로 승강기 안에 갇힌 사람들은 영문도 모르고 공포에 떨어야 했다. 승강기 전문가들은 정전이나 화재시 인명 보호를 위해 피난층(1층) 운항 규정을 즉각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승강기 정책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는 "미국 등 선진국도 도입한 사례가 없다. 비상사태 때 승강기를 안 타면 된다"는 안이한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화재 발생 빈도가 높은 겨울이 목전이다. 올 겨울에는 전력대란도 예고되고 있다. 고층건물과 고층아파트의 시민들은 비상사태시 안전을 누구에게 맡겨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배성재 사회부 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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