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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이 무슨 발레를…" 편견·시련 딛고 인간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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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이 무슨 발레를…" 편견·시련 딛고 인간 드라마

입력
2011.11.2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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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이 주로 두각을 나타내는 발레의 세계에서 안다일 은도부(23)는 여러 모로 특이한 존재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가난한 집안 출신의 흑인 남성인데다 정상급의 실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미국의 CNN은 미국에서도 최고의 명성을 지닌 워싱턴발레단에 2008년 말 입단한 은도부가 올해 보스턴 국제발레콩쿠르와 케이프타운 콩쿠르에서 잇달아 입상하며 발레계의 최고 유망주로 떠올랐다고 23일 보도했다.

그가 특히 돋보이는 것은 고국 남아공의 폐쇄적인 발레 문화를 극복했기 때문이다. 피부색, 성, 소득수준에 따라 사회적 역할이 극명하게 나뉘는 남아공에서 발레는 상류층 백인 여성의 전유물이나 다름 없는데 은도부가 바로 그 터부를 거침없이 깬 것이다.

소웨토의 흑인밀집지역에서 태어난 은도부는 열살 때 가족과 함께 남아공 최대 도시 요하네스버그로 이주할 때까지만 해도 발레를 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학교에서 열 다섯 살 때 라틴댄스 선생님의 추천으로 우연히 발레에 입문했지만 그때도 희귀종으로 취급받았다. 학교 친구들은 흑인 남자아이가 발레를 한다며 그를 놀려댔다. 몸에 착 달라 붙는 타이즈와 토슈즈, 반짝거리는 무대의상을 걸치고 발레를 하는 그를 보고 가장 친한 친구조차 어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주변의 시선에 굴하지 않고 발레에 매진해 아프리카 발레극단(BTA)에 입단했고 '돈키호테'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 등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학교 측도 은도부의 재능을 알아보고 장학금을 지급하며 그를 응원했다.

2008년 말 남아공 국제발레콩쿠르에 참가한 은도부는 운 좋게도 대통령 부인이 보는 앞에서 뛰어난 공연을 펼쳐 공동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마침 그 자리에 심사위원으로 있던 워싱턴발레단 감독의 눈에 띄어, 미국에서도 명망 있는 워싱턴발레단에 입단하게 됐다. 이후 본격적으로 발레를 배우고 연습한 은도부는 마침내 올해 보스턴 콩쿠르, 케이프타운콩코르에서 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그의 궁극적인 소망은 발레에 대한 남아공 국민의 편견을 깨는 것이다. 누구든 원하면 발레를 하고 그것을 통해 꿈을 실현하도록 돕는 것이다. "흑인 남자 무용수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그래서 발레리노를 꿈꾸는 아프리카의 흑인 소년들이 저를 보고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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