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기습 처리 이후 조성된 경색 정국을 풀기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비준안 통과라는 목표가 달성된 상황에서 더 이상의 여야 대치는 여당만 손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해법은 크게 투 트랙이다.
대외적으로는 돌아앉은 야당을 달래기 위해 이런 저런'당근'을 준비했다. 대내적으론 당 쇄신이란 주제를 꺼내 들어 화제 전환에 나섰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한미 FTA 비준안에 대한 부대의견을 담아 대정부 권고안을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야당에 협상을 제안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황 원내대표는 "농민과 소상공인 등의 피해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약속했던 '한미 FTA발효 후 3개월 내 투자자ㆍ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에 정부가 성실하게 나설 것을 요구하는 내용 등이 권고안에 들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대표도 이날 국회 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미 FTA 후속 대책과 관련, "여야가 합의하고 민주당이 요구한 방안 100%를 시행할 것"이라며 "거기에 추가로 할 대책이 무엇이 있는지 현재 대통령이 고심 중이고, 지금 추가 대책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오는 29일 청와대에서 직접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한미FTA 비준안에 서명함으로써 비준안이 내년 1월 정식 발효되는 데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긴급 관계 장관회의에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제기된 모든 문제에 대해 소홀함이 없도록 철저히 챙겨달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한나라당은 전체적으로 한껏 몸을 낮추는 모습이었다. 회의 일정을 생략했고, 의원들도 한미 FTA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다.
황 원내대표는 전날 비준안 처리 직후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에게 "앞으로 국민 속으로 들어가 달라"며 "당분간 술자리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로우키'행보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황 원내대표는 비준안 통과 직후 김진표 원내대표의 휴대폰으로 "미안해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는데 널리 이해해주세요"라고 문자메시지를 넣었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또 29일 소속 의원 및 원외 당협위원장이 참여하는'쇄신 연찬회'를 개최키로 하는 등 쇄신화두도 본격 꺼내 들었다. 쇄신 연찬회는 특별한 프로그램 없이 참석자들이 쇄신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홍 대표는 "연찬회에서 끝장토론을 벌여 쇄신 방향을 정할 것"이라며 "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의 얘기를 다 듣고 난 뒤 내 구상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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