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K 포인트가드 주희정(34∙181㎝)은 올시즌 '한 물 갔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스피드는 녹슬지 않았지만 전매특허였던 칼 날 패스를 보기 힘들었다. 떠오르는 신인 가드 김선형(23)과 호흡도 썩 좋지 못해 이번 시즌 출전 시간이 20분 대에 그쳤다. 1997~98시즌부터 14년 동안 꾸준히 35분 이상을 뛰어 온 주희정에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는 스스로 "자존심이 상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만은 달랐다. 이름 석자 그대로였다.
주희정의 SK가 23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정규시즌 전주 KCC와 경기에서 87-70으로 크게 이겼다. 시즌 8승(9패)째를 챙긴 SK는 이날 패한 창원 LG(7승10패)를 밀어내고 단독 6위가 됐다. 반면 10승7패가 된 KCC는 3위 부산 KT(12승6패)와의 승차가 1.5경기로 벌어졌다.
주희정은 10점 11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트리플 더블을 달성했다. 올시즌 3호, 국내 선수로는 첫 번째다. 통산 8번째 트리플 더블을 달성한 주희정은 역대 공동 2위로 뛰어 올랐다. 통산 트리플 더블 1위는 대기록을 10번이나 세운 앨버트 화이트(전 전자랜드)다.
초반부터 주희정의 경기 운영이 돋보였다. 그는 현란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속이고 나서 골밑에 자리 잡고 있던 알렉산더 존슨(30점 18리바운드)에게 공을 건넸다. 과정이 여의치 않으면 주희정은 동료의 스크린을 이용해 외곽에 있는 김효범(21점)과 김선형(15점)에게 연결했다. 팀의 강점을 마음껏 살린 플레이였다. 승부는 4쿼터 초반 일찌감치 갈렸다.
KCC는 디숀 심스가 38점을 넣으며 분전했지만 센터 하승진(8점)이 3쿼터 초반 파울 트러블에 걸리며 이렇다 할 반격 한 번 펼치지 못했다. KCC는 이날 3점슛 성공률이 17%에 그쳤다.
창원에서는 울산 모비스가 홈팀 LG를 94-75로 꺾었다. 이날 승리로 1998년 11월11일부터 통산 362승을 기록한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은 13년12일(4,761일)만에 48세8개월의 나이로 최연소 최다승 타이 기록을 세웠다. 유재학 감독 이전에는 신선우 감독이 데뷔 5,150일(14년1개월8일), 55세1개월의 나이에 362승을 기록했던 것이 역대 최연소 최단 기간 기록이었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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