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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아버지 이원수를 용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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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아버지 이원수를 용서해 주세요"

입력
2011.11.2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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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합니다. 이제 아버지를 용서해주세요."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동요 '고향의 봄'의 이원수 선생 유가족인, 차녀 이정옥씨가 아버지의 친일행적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다.

22일 경남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가진 이원수 선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복간한 선생의 첫 동요동시집 <종달새> 출판기념식에서 유가족을 대표해 인사를 하면서 나온 아버지 과오에 대한 사과와 용서였다. 선생의 유가족들은 희귀본인 1947년에 출판된 <종달새> 를 복간해 아버지의 친일행적에 대해 사과하고 그 일로 상처받은 고향 창원시민에게 선물했다.

이 역사적인 현장에 내가 증인으로 있다는 사실에 나는 감격했다. 이원수 선생은 일제에 의해 옥고를 치르고도 일제 말기의 어려운 생활고 속에서 남긴 친일 시 5편이 평생, 이 땅의 올곧은 어린이문학을 위해 헌신한 큰 공(功)의 발목을 잡는 족쇄 같은 과(過)가 되었다. 누가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의 옛일에 대해 사과를 할 수 있을까. 그건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건 딸의 용기였다. 아버지를 두 번 죽이는 일이 아니라 영원히 살게 하는 부활이라는 생각에 나는 몸을 떨었다. 이정옥씨는 아버지가 친일 시를 남길 무렵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다. 자랑스러운 아버지로 평생 존경했던 딸이 고개 숙여 청하는 사과 앞에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격려했다. 그때부터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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