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자동차 연비가 지금보다 평균 20% 가까이 떨어진다. 정부가 자동차에 붙어있는 표시 연비가 실제 연비와 비교해 과장됐다는 소비자들 불만을 감안해 새로운 측정 방식을 적용하기로 한 것. 자동차 업계는 연비 20%를 '까먹게' 됐다면서 비상이 걸렸다. 일부 회사는 소비자들이 새 연비에 적응할 때까지 신차 발표 시기를 늦추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식경제부는 22일 내년부터 새롭게 적용될 자동차 연비표시 방식을 확정 발표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공인연비는 시내 일반 도로를 달리는 경우를 대상으로 측정한 것. 하지만 내년부터 새로 도입되는 연비는 시내 주행과 고속도로 주행 2가지 모드로 3,000㎞를 측정한 결과에다 미국의 '5-Cycle 방식(시내, 고속도로, 고속 및 급가속, 에어컨 가동, 혹한기 출발 등을 반영)'을 고려해 산정하게 된다.
지경부 관계자는 "시내 주행으로 낸 연비를 표시하다 보니 운전자들은 실제 주행하면 연비가 덜 나온다는 불만이 많았다"면서 "새로 나올 연비는 운전자 체감연비에 훨씬 부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경부는 아울러 연비 1등급 기준을 강화해, 전체 차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1등급 비중을 7.1%까지 낮출 방침이다.
이 같은 연비제도 개편에 자동차 업계는 크게 당황하고 있다. 생산하는 자동차의 연비가 뚝 떨어져 소비자 신뢰에 타격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경부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이학재 의원(한나라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시판 중인 12개 자동차를 대상으로 새 측정 방식을 적용했더니 현재 공인연비와 비교해 평균 23.7%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형차와 하이브리드 등 '연비가 좋다'는 평가를 받아 온 차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떨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12개 차 중 연비가 가장 뛰어난 기아차 모닝은 공인연비가 현재 18.0㎞/ℓ로 되어 있지만 새 방식을 적용하면 12.7㎞/ℓ로 하락하게 된다. 현대차 아반떼 하이브리드 LPi도 지금 공인연비는 17.8㎞/ℓ이지만, 새 연비는 12.4㎞/ℓ에 그치게 된다. 반면 기아 오피러스는 9.2㎞/ℓ에서 8.4㎞/ℓ로 소폭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 초에 신차를 내놓으면 연구개발을 통해 어렵사리 연비를 향상시킨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며 "신차 발표 시기를 하반기 이후로 늦추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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