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점 휴업이다."
군 관계자는 지지부진한 대북 심리전에 대해 22일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3월 천안함 피격 이후 원칙으로 내세운 5ㆍ24 조치에 따라 강력한 대북 제재를 천명했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많다는 얘기다.
군은 지난해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거치면서 500여만장의 전단을 북쪽으로 날렸다. 대북 전단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체제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요인"이라고 꼽을 정도로 북한으로서는 껄끄러운 존재다.
하지만 사실상 이게 전부다. 군 당국은 그나마 최근 수개월 동안 대북 전단을 날리지도 못하고 있다. 대북 정책 기조가 유화 모드로 바뀐데다 민간단체가 꾸준하게 전단을 날리면서 굳이 군이 가세할 필요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군이 하고 있는 대북 심리전은 '자유의 소리'라는 이름의 FM 방송 외에는 없다.
대북 심리전의 핵심 수단은 5ㆍ24 조치에 따라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설치가 예정된 전광판과 확성기다. 2004년 6월까지 이 지역에는 11개의 대형 전광판과 94개의 확성기가 설치돼 있었다. 전광판에서는 남한 체제의 우월성을 알리는 구호가 밤낮으로 불을 밝혔고, 확성기 소리는 개성까지 들렸다. 북한 당국이 장성급 회담에서 "전광판과 확성기를 철거하지 않으면 대화는 없다"고 공언할 정도였다. 그러나 예산 문제 등으로 언제 설치가 재개될지는 미지수다.
또 다른 수단은 강화 해병부대에 있는 애기봉 전망대의 등탑이다. 밝은 등탑은 남북한 체제를 구분하는 상징이다. 지난해 기독교계의 요청에 따라 연말에 20여일간 등탑에 불을 밝혔을 때 북한은 "조준사격해 격파하겠다"며 긴장을 조성했다. 올해도 기독교계의 요청이 워낙 거세 정부는 다음달 중순부터 애기봉 등탑에 불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대북 심리전은 북한 체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미 군의 판단을 넘어서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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