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 유통업체들의 판매수수료 인하를 위한 제2라운드에 돌입했다. 파상적 공세 끝에 이달 초 백화점들로부터 판매수수료 인하 카드를 받아낸 공정위는 그 여세를 몰아 이번엔 TV홈쇼핑과 대형마트의 판매수수료를 공개했다.
공정위가 GSㆍCJOㆍ현대ㆍ롯데ㆍ농수산 등 5개 TV홈쇼핑 납품업체 69곳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들 홈쇼핑업체들은 판매액의 3분의 1을 수수료로 받고 있었다. 일부 여성의류 제품들은 판매수수료가 40%를 넘는 곳도 있었다. 여기에 자동응답시스템(ARS) 이용자 할인, 무이자 할부 비용, 방송 세트 제작비 등 추가비용을 합치면 중소 납품업체들의 실질적 부담은 판매액의 절반에 달했다.
대형마트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공정위가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3대 대형마트 납품업체 87곳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들은 판촉비 명목의 판매장려금(평균 10%)과 물류비, 판촉사원 인건비 등으로 판매액의 15%를 납품업체들에게 받았고, 중간에 수수료를 인상하기도 했다. TV홈쇼핑의 판매수수료보다 적은 듯하지만 대신 대형마트들은 납품단가를 깎아 실질 이익을 키웠다는 것. 공정위는 각종 비용 전가와 부당한 단가 인하로 납품업체들의 이익이 3분의 1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이 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TV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실사를 한 것도 아니고 일부 납품업체의 설문조사 결과를 마치 객관적인 사실인양 발표된 것에 대해 유감"고 말했다. 예컨대 ARS할인이나 무이자할부에 대해서는 홈쇼핑사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 납품업체에게 부담을 줄 경우 입맛에 맞는 다른 홈쇼핑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납품업체가 일방적으로 을(乙)의 위치에 있는 것만도 아니라는 얘기다.
대형마트들도 공정위의 발표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판매장려금의 경우 연간으로 계약하고 있기 때문에 중간에 인상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대부분의 유통업계 전산시스템상 한번 계약된 판매장려금은 인상할 수도 인하할 수도 없다"고 해명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결과 공개를 토대로 백화점 때처럼 TV홈쇼핑과 대형마트의 수수료인하를 끌어낸다는 방침. 정진욱 공정위 가맹유통과장은 "지난 주말까지 대형 유통업체들이 인하안을 갖고 왔으나 인하대상 업체 수가 제한적이고 인하율도 크지 않아 다시 제출하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생각하고 있는 인하 폭은 백화점과 비슷한 '납품중소업체 절반에 대한 수수료 3~7%포인트 인하'다. TV홈쇼핑이나 대형마트들은 반발하고 있지만, 이번에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공정위 압박에 굴복할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는 이달 안에 대형 유통업체의 판매수수료 인하를 매듭지을 방침이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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