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23일 연평도 포격 도발로 남북관계를 최악의 경색 국면으로 몰아간 북한은 이후 1년간 수 차례의 태도 변화를 거듭하며 이중적인 대남전략을 펴왔다. 큰 틀에서 보면 천안함ㆍ연평도 사태 이후 남북관계는 급경색 된 뒤 적잖은 우여곡절을 겪은 뒤 서서히 긴장이 완화하는 추세로 흐르고 있다.
북한은 올 1월5일 돌연 무조건적 당국간 회담을 촉구하는 '연합성명'을 발표했다. 연평도 포격 이후 40여일 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북한 당국은 "남조선 당국을 포함해 정당, 단체들과 폭넓은 대화, 협상을 가질 것을 정중히 제의한다"며 다소 뜬금없는 평화적 제안에 나섰다. 당시 우리 측은 당연히 북에 대한 강경한 입장이 주류를 이룰 때였다. 이런 식으로 4월 말까지 유화 제스처를 보이던 북한은 남북관계 변화의 진전이 보이지 않자 5월 들어 다시 돌변한다.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우리 정부와의 비밀접촉 사실을 폭로하면서 다시 남북관계를 긴장 국면으로 전환시켰다. 대화의 실마리마저 주지 않겠다는 강경 자세였다.
6월에는 일부 예비군 훈련장에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및 후계자 김정은의 얼굴 사진을 사격 표적지로 사용한 점을 빌미로 군사 보복까지 위협하고 나서는 등 긴장 수위를 높였다. 이 때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이 시각부터 조선인민군 육•해•공군 및 노농적위군 부대들은 역적 무리를 일격에 쓸어버리기 위한 전면적 군사보복에 진입한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그러다 한달 후인 7월 남북관계의 큰 변곡점이 찾아 온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남북한 외교 장관과 6자회담 수석 대표간 만남이 이뤄지면서 제1차 남북 비핵화 회담이 열린 것이다.
이후 8월부터는 북한 매체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기 시작했고, 유화적 태도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비록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22일 연평도 포격 1주년을 언급하며 "남조선 군부가 온 겨레의 평화 염원에 배치되게 행동한다"고 공격했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그 수위는 훨씬 낮았다. 다른 대남 성명에서도 남측을 자극하는 문구는 좀체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 선박의 북방한계선(NLL) 침범이 줄어들고 대남 비방에 격렬한 수사를 동원하지 않는 등 북한이 남북 및 북미 회담 등을 전후해 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6자회담으로 가는 과정에서 남북관계를 불필요한 경색 국면으로 몰아갈 이유가 없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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